공정위, SKT ‘CJ헬로비전 M&A’ 불허했다

“방송 권역서 경쟁 제한 우려”…“규제 완화 역행” 반발

CJ헬로비전은 5일 SK텔레콤과 합병 불허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일 대비 13.33% 떨어진 10,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CJ헬로비전 주가 그래프를 보고 있는 증권거래소 직원.
 윤성혁 기자 shyoon@etnews.com
CJ헬로비전은 5일 SK텔레콤과 합병 불허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일 대비 13.33% 떨어진 10,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CJ헬로비전 주가 그래프를 보고 있는 증권거래소 직원. 윤성혁 기자 shy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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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했다. M&A가 성사되면 CJ헬로비전 방송권역 대부분에서 `심각한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기반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를 뒤집기 힘들어 사실상 M&A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정부 규제 완화 기조에 역행하는 처사인 데다 방송통신 구조 개편도 어려워진다고 반발했다. 유료방송 전국 점유율이 아닌 일부 지역 점유율을 문제로 삼은 것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일어날 통신과 방송 등 다양한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등에 제동이 걸렸다. 활발한 M&A가 일어나고 있는 해외 통신방송 시장과의 역차별 논란도 예상된다.▶관련기사 4면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를 불허했다. M&A가 성사되면 CJ헬로비전 방송권역 대부분에서 심각한 경쟁제한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이 미래부에 M&A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를 불허했다. M&A가 성사되면 CJ헬로비전 방송권역 대부분에서 심각한 경쟁제한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이 미래부에 M&A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에 전날 발송한 M&A 심사보고서에서 경쟁 제한을 이유로 주식 취득과 합병 금지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가 인수와 합병을 불허한 것이다. 경쟁 제한은 한 분야에서 경쟁 요소가 줄어 특정 사업자가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이 형성된 상태를 말한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CJ헬로비전 23개 권역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서게 됨에 따라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2015년 방송시장 경쟁 상황 평가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19개 구역에서 가입자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합해지면 20개 권역 이상에서 1위에 올라설 뿐만 아니라 2위와의 격차도 더 벌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2015년 3월 기준 SK브로드밴드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 점유율은 10.9%, CJ헬로비전(14.8%)과 합하면 25.7%다.

공정위, SKT ‘CJ헬로비전 M&A’ 불허했다

공정위는 SK텔레콤 소명 자료를 받아 전원회의에서 최종 의견을 결정한다. 전원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 주 열린다. SK텔레콤이 얼마나 충실히 경쟁 제한에 대한 반박 자료를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M&A 심사 결과가 전원회의에서 크게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원회의에서 M&A 불허로 최종 판결이 나면 방통위와 미래부도 이를 뒤집기가 어렵다. 두 부처가 실질적인 M&A 인허가권을 쥐고 있지만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기업결합을 심사했다. 다른 부처가 해당 부처 법에 근거해 내린 판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공정위가 M&A를 불허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드물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4년 3월 안경렌즈 세계 1위 사업자인 에실로의 국내 2위 대명광학 인수를 불허한 적이 있다. 하지만 통신방송 분야 관련 주요 M&A는 인가 조건을 붙여 모두 허용했다.

공정위, SKT ‘CJ헬로비전 M&A’ 불허했다

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케이블TV업계는 M&A 불허는 경쟁을 통한 규제 완화라는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고 유료 방송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보다 중소 케이블업계를 더 규제하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M&A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점유율 제한은 7개월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항이어서 공정위는 허송세월만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내부에서는 M&A 카드를 접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체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점유율(단위:%, 2015년 3월 기준)

자료: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공정위, SKT ‘CJ헬로비전 M&A’ 불허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