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약 5.5㎞ 떨어진 작은 섬 가파도가 `탄소 없는 섬`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3단계에 걸친 가파도 CFI(Carbon Free Island) 구축 사업 이후 올 6월부터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본격 가동한 가파도는 7일 연속 신재생 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하는 기록을 세우는 등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지난 8일 찾아간 가파도는 에너지 100% 자급섬으로 `마이크로 그리드`가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모델임을 확인시켰다.
마이크로 그리드는 섬 지역 등 기존 전력 계통과 연계되지 않은 고립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 저장, 공급할 수 있는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이다. 우리나라서는 가파도에 가장 먼저 도입됐다.
가파도는 면적 0.85㎢에 281명(134세대)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잘 자란 청보리 정도만 알려졌던 가파도는 이제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 등 주민 편의 향상과 함께 관광객도 급격히 늘고 있다.
한전은 2011년 업무 협약 체결 이후 2012년 9월, 가파도에 1단계 인프라 및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배전 지능화와 선로 지중화와 함께 통합감시제어시스템 등으로 지능형 전력망을 설치했다. 이후 2단계 시스템 고도화와 3단계 시스템 안정화를 거쳐 올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공급을 본격화했다.
기자가 가파도를 찾은 날에도 맑은 날씨와 풍질 좋은 바람이 연신 불어 신재생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때마침 디젤발전기를 정비하는 와중이었지만, 가파도 전력 공급은 전혀 이상이 없었다. 이날 오후 3시경까지 가파도 총발전량은 3984kWh로 이 중 84%(3351kWh)를 풍력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태양광 발전이 담당했다.
이영석 가파도 발전소장은 “태양광 발전과 ESS 추가 설치 이후 신재생 에너지로만 7일연속 전력 공급이 가능할 정도로 마이크로 그리드 시스템이 안정화됐다”며 “주민들 전력 요금이 크게 절감되고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이라는 이미지도 얻게 돼 마을 주민들도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가파도 가정집에는 독거노인이 사는 집을 제외하고 거의 빠짐없이 태양광 모듈이 설치됐다. 48가구에 설치된 3㎾급 태양광 발전설비와 30㎾급 2개소를 포함해 태양광발전 총 용량은 174㎾에 달한다. 풍력발전기는 250㎾급 2대가 가동돼 500㎾ 용량을 확보했다.
주민들은 가구당 발전설비 설치 비용 800만원 중 10% 정도를 부담한다. 하지만 절감되는 전력 비용은 더 크다.
진명환 가파도 이장은 “여름철 냉방기기를 많이 틀 때도 전기 요금은 월 2만원에서 2만3000원 수준”이라며 “신재생 에너지로 섬에 전기를 공급하기 전 요금이 12만원이 넘었던 점을 고려하면 5분의 1 정도로 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파도에 설치된 ESS는 총 1400㎾가량의 전력을 저장하고 있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모두 중단될 경우에도 약 6시간가량 가파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파도의 하루평균 전력소비량은 약 3000kWh에 달한다.
한전은 가파도 모델을 기반으로 전남 진도 가사도에도 마이크로 그리드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또 규모가 큰 울릉도와 덕적도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2020년 4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한전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황우현 한전 에너지신사업단장은 “아직 풍력 발전시설과 ESS 장치가 비싸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차츰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모잠비크 실증사업을 비롯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마이크로그리드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본격적으로 해외 수주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섬 사업은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가파도 연간 관광객 수는 2011년 6900명에서 지난해에는 9400명으로 36% 증가했다. 사업 추진 5년여만에 아름다운 풍경에 친환경 이미지를 더해 명품 관광 명소로 키워낸 것이다.
가파도(제주)=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