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람이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죽음과 세금이다. 세금은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1년 전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관계가 그랬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을 계기로 두 사람은 등을 돌렸다. 세금을 둘러싼 철학 차이는 오랜 정치 관계를 하루아침에 끊었다.

세금에는 기업가들의 희로애락도 묻어 있다. 법인세 인상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여러분이 진정 애국자입니다.” 정치인들이 기업가 간담회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외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에 대한 고마움의 최소한 표시다. 그런데 간담회가 끝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법인세 인상 추진 뉴스를 접한다. 이쯤 되면 “기업 못해 먹겠다”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일부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는 절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푸념한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금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 다양한 탈세와 절세 수단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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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세금은 국민의 의무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지켜 주는 대가로 세금을 떼어 간다. 근로자는 소득세, 기업은 법인세를 낸다. 문제는 세금에도 `수요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기업은 당연히 세금이 낮은 곳을 찾는다. 다국적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는 이치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12.5% 법인세율을 적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법인세율 25%의 딱 절반이다.

최근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한 영국은 현재 20%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아베노믹스는 양적 완화와 법인세 인하를 주요 축으로 하며, 인도 역시 앞으로 4년 동안 30%에서 25%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법인세 인하는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143개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등 36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했다.

20대 국회의 법인세 인상 논의가 한창이다. 야당이 앞장서고 있다. 법인세를 낮춰도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 놓기만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유보금이 현격히 줄어들까. 유보금은 세율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마땅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현실적 고민에 따른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고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야 일자리 문제도 해결된다. `예외`가 많은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개별 세금 공제를 축소하는 등 감면 혜택을 정상화해야 한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기업과의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면세 기업이 늘어난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성실 납부 기업에 이중 부담을 지운다.

현 정부가 내건 슬로건 가운데 가장 멋진 게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 잣대를 법인세 해법에 적용하면 좋을 듯하다. 비정상인 예외를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노리는 야당 역시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기 바란다. 현행 22%인 명목 법인세율 인상을 고집하기보다 실효 세율을 높이는 방식의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법인세 역시 규제 완화 시각에서 접근해 보자. `감세 없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역시 허구다.

[데스크라인]기업하기 좋은 나라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