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전화가 불이 났다. 포케몬 고 신드롬에 대한 기자들 인터뷰 전화였다.
기자들과 대화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7년 전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된 소위 `명텐도`를 모르는 젊은 기자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하기야 7년 전이니까 지금 기자 나이가 만 26세라면 한참 입시에 찌들었을 고등학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명텐도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닌텐도의 결합어다. 2009년 2월 4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과천 정부청사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그 때 이 대통령은 “요즘 닌텐도 게임기를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던데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해 볼 수 없느냐”고 주문했다.
당시 닌텐도 DS는 2007년 1월 국내에 정식 발매되어 200만대 이상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대통령은 국산 닌텐도를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자고 한 것이다.
이 말이 보도되자마자 인터넷에서는 `명텐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조롱하는 유사 시리즈가 범람했다.
`왜 구글 같은 사이트가 없느냐? 명글개발` `왜 MS 윈도 같은 운영체계가 없느냐? 명도즈 MB 개발` 등 같은 우스개 소리가 차례로 등장했다.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명텐도2`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포켓몬 고가 몰고 온 충격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한국은 온통 포켓몬 고로 들끓었다.
속초 가는 버스표는 매진되었고, 속초 시장실까지 나타난 포켓몬은 모두를 환호하게 했다. 하기야 미국 미시건 주에서는 지명수배자가 포켓몬을 잡느라 제 발로 경찰서에 들어가는 일까지 생겼으니 아직 우리의 소동은 약과일지 모른다.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것이 또 있었다. `그럼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왜 여기서 정부를 묻는가`라고 반문하고 싶었다. 정부에 명텐도2를 만들어 달라고 할 것인가?
이번 포켓몬 고 대박은 닌텐도 와신상담 산물이지 일본 정부의 `지도`나 `지원` 결과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포켓몬 고를 극복하는 것 역시 우리 기업 노력에서 나와야지 정부 지도에서 나올 것은 아니다.
2016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20조원에 육박하지만 포켓몬 고와 같은 성공작을 만들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포켓몬 고는 기술집약형이 아닌 보급형 미들 테크노로지(중급 기술)에 기반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전략의 산물이다.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왜 우리는 포켓몬 고를 만들지 못 했을까. 이 질문과 추궁은 게임업체와 삼성전자와 같은 디바이스 회사에 던져야 한다. 하이테크 혹은 지나간 유행에 집착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잡지 못했을까`라는 질책은 이들 기업에 던져야 한다. 넥슨이 권력에 줄을 대는 노력을 게임에 기울였다면 지금쯤 세계는 넥슨 열풍으로 들끓고 있지 않았을까.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