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시그널 속 무전기 이야기

[사이언스 인 미디어]시그널 속 무전기 이야기

`27년 전 과거로부터 무전을 받는다면`.

이 가정 하나로 흥미진진한 범죄 스릴러 드라마를 풀어간 것이 tvN의 `시그널`이다. 드라마에서는 1989년과 2015년의 경찰이 서로 무전 통신을 하며 미제 사건을 풀어나간다. 과거에 있는 이재한(조진웅 분) 형사가 쓰던 무전기가 우연찮게 2015년의 박해영 경위(이제훈 분) 손에 들어온다. 이때부터 두 남자 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로 다른 시간대 사람들이 무전기로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은 재미있다. 나름 범죄 수사 드라마기에 과학수사, 프로파일링 등 첨단 기법이 등장해 양념을 더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시청자도 알고 있다.

무전기를 주목해보자. 이 무전기가 작동하는 원리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배터리가 없는 무전기가 11시23분에 맞춰 일시적으로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할 리 만무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무전기는 원래 하나다. 이 무전기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통신하기 때문에 2개의 무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무전기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려면 같은 주파수에서 같은 통신 방식을 써야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경찰은 `EDACS`라는 아날로그 주파수공용통신(TRS) 방식으로 무전기를 사용했다. 주파수는 800㎒ 대역으로 당시 경찰청은 에릭슨 장비를 도입했다. 아날로그 무전기는 음성 신호 하나만 전달하기 때문에 실제 효율성은 떨어진다. 사용 시간도 짧고 전파 도달 거리도 짧다.

지금 경찰이 사용하는 무전기는 TRS 테트라 방식이다. 유럽무선통신표준기구(ETSI)가 제정한 개방형 디지털 TRS 표준이다. 전파 도달 거리도 수십㎞로 늘어나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구현할 수 있다. 경찰청에 공급된 장비와 단말기는 모토로라 제품이다.

이재한 형사가 쓰는 무전기와 박해영 경위가 쓰는 무전기는 모두 800㎒ 주파수를 사용하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은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 같은 아날로그 무전기라고 치더라도 통신 방식 차이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앞으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되면 롱텀에벌루션(LTE) 통신으로 무전기를 써야한다. 공공안전 LTE(PS-LTE) 방식으로 경찰·소방 분야에 도입될 전망이다. 시그널 시즌2가 나오면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기술 문제다. 현재가 변하면 미래도 변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