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수출도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미국 대선 후보들은 모두 보호무역을 선거 공약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확산 추세에 있는 보호무역에 대해 업계와 정부 대비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비관세 장벽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비관세 장벽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표준, 기술 규제, 인증 등 무역 관련 기술 장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기술 장벽이 1995년 389건에서 2015년 1989건으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장벽을 대표하는 것 가운데 하나인 강제 인증이 특히 문제다. 강제 인증은 특정 국가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전에 제품이 안전한지, 환경을 저해하지는 않는지, 에너지를 과다 소비하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해 이를 만족하는 제품만 자국 시장에 유통시키는 제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우리 주요 무역 파트너 대부분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업체가 이들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강제 인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다. 좋은 대안의 하나가 바로 교역 파트너와 강제 인증에 관한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상호인정협정 체결은 국가 간에 체결할 수도 있고 민간 시험인증기관 간에 체결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자국 강제 인증 권한을 외국 기관에 쉽게 개방하지 않으며, 자국에 소재한 기관으로 한정해 강제 인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도국의 경우 우리 기업의 인증 관련 애로 해소는 국가 간 상호인정협정 체결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강제 인증 권한이 민간에 개방돼 있고, 국제 공인시험인증서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민간 시험인증기관 간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하거나 국제공인시험인증서를 활용하는 편이 효율이 있다.
실제 우리나라 시험인증 기관들은 세계 34개국 시험인증 기관과 상호인정협약을 맺어 국내 수출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대 교역국으로 등장한 중국과 올해 3월부터 전기전자 제품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 KC인증과 중국강제인증(CCC)에 필요한 시험성적서 상호인정 시범 사업을 벌여 왔다. 강제 인증을 받아야 하는 전기전자 제품 분야는 양국 간 무역량이 2015년에 9조원이 넘는 주력 교역 분야다. 또 올 9월에는 전기전자 전 품목에서 상호 인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 13년 동안 양국 정부가 `한·중 적합성평가 소위원회`를 통해 지속해 온 협력이 값진 결실을 이룬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인증협력 분야를 자동차,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으로 확대하고 KC인증과 CCC인증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함께 통용되도록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과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중남미 국가 등과도 상호인정협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 의견의 반영이 중요하다. 글로벌 규범과 국제 기준 변경이 있다면 이의 부담은 기업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 기업들이 상호인정협정 체결 과정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해 줄 필요가 있다. 이와 병행해 우리의 무역 확대는 궁극으로 국제 경쟁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k2625m@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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