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뉴 삼성`을 향한 행보가 시작됐다.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순조롭게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JY(재용) 책임 경영이 강화될 전망이다. 미래 삼성으로 가야 할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삼성전자 앞에 놓인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갤럭시노트7 사태를 잘 마무리해야 하고, 중장기는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이들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가는지에 삼성의 미래가 달려 있다.
◇갤럭시노트7 해결 최우선 과제
이 부회장 앞에 놓인 당면 현안은 갤럭시노트7 문제 해결이다. 아직까지 발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여전히 갤럭시노트7을 쓰는 사용자도 많다.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해서 더 이상 사고나 문제가 없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총에서 주주들의 요구도 이 부회장이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한 주주는 “이 부회장이 앞으로는 자신의 입으로 직접 갤럭시노트7 문제와 개선 대책을 얘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갤럭시노트7으로 인해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와 하락한 실적을 만회하는 것도 요구된다.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후속 처리가 필요하다.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완벽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이후 스마트폰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4분기까지는 갤럭시노트7 영향을 받겠지만 내년까지 영향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에서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은 1000억원 기록에 그쳤다. 핵심 사업인 IM부문에서 1조원 이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6년 만일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다.
관건은 내년 초에 출시하는 갤럭시S8이다. 갤럭시노트7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스마트폰 맹주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갤럭시S8이 성공해야 한다. 제품 성능은 물론 품질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 속도 낼 듯
중기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수년째 진행해 온 작업이지만 이번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전자 분할 요구 공세와도 맞물려 있다. 등기이사가 된 이 부회장은 앞으로 자신의 경영 원칙을 더욱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은 삼성 내외부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엘리엇이 명분을 줬기 때문에 실행에 나설 가능성이 짙다. 이 부회장의 경영 안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만 엄청난 비용이 드는 데다 주주들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증권가는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움직임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싣는다. 지난 7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회사의 인적분할(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것) 시 자사주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업계는 시장에서 거론되는 삼성전자의 지주사와 사업회사 분리 시 자사주를 통해 오너 일가 지분율을 높이려면 이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분할할 것으로 관측한다.
◇포스트 스마트폰…새 성장 동력 찾아라
이 부회장 앞에 놓인 장기 과제는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다. 현재 삼성전자 사업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 시장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불황이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가 대표 사례다.
특정 사업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미래 성장이 유망한 분야에 선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삼성은 바이오, 자동차 전장,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을 미래 성장 동력 사업으로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IoT, AI, 소프트웨어(SW), 헬스케어 등 분야에서 해외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기존과 달리 인수를 통한 빠른 기술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자동차 전장 사업 분야도 이탈리아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비핵심 사업은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화학과 방위 산업을 정리했고, 이번에 프린팅사업부도 분할 후 매각할 예정이다.
성장 동력 발굴과 사업 재편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안정시키고 기업문화 개선 작업을 계속하는 것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타트업 삼성`을 선언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모든 작업은 책임경영을 선언한 이 부회장이 끌고 가야 한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아무 반대 없이 찬성한 주주들이 바라는 것도 이것이다.
이날 주총장에서 한 주주는 “이 부회장이 조직 문화와 지배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를 주주와 이해 관계자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한다”면서 “책임지고 경영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