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산업 대전망]<1>산업 전체-"최대 화두는 생존…반도체 등 ICT가 버팀목"

<그래픽: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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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격변의 시대다. 19대 대선을 1년 남짓 앞두고 정치권은 `블랙홀`에 빠졌다. 정책이 방향을 잃으면서 내년의 우리 산업과 경제 전반에도 대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산업계는 말 그대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치 혼란이 국가 컨트롤타워 붕괴로 이어지고 산업과 경제 전반에까지 전이된다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회복 불가능한 2류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수출 부진과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주력 산업은 전면 대혁신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안개 속 산업계 키워드는 `생존`

내년 우리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살아남느냐, 죽느냐`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 공급 과잉까지 겹쳐 주력 산업이 힘을 잃어가는 가운데 희망 어린 신호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삼성 갤럭시노트7 리콜, 현대차 파업 등을 거치면서 산업계의 활력은 땅에 떨어졌다. 정치 불안은 자연스레 산업 정책 컨트롤타워 붕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우리 산업계가 생존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2017 산업 대전망]<1>산업 전체-"최대 화두는 생존…반도체 등 ICT가 버팀목"

각종 지표도 불안하다. 최근 2~3년 동안 국내 산업 생산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전년보다 0.2% 증가한 2014년 국내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0.6%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을 기록했다. 2분기에 들어서며 소폭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지는 못했다.

2개월 남짓 남은 4분기 전망도 암울하다. 산업연구원의 4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시황과 매출 지수는 각각 96, 99 기록에 그쳤다. 국내 시장 출하, 수출, 설비투자, 고용 지수도 모두 100을 넘지 못했다. 제조업 전반의 활력이 떨어진 것이다. 전체로는 주요 지표가 3분기 전망치보다 나아졌지만 확연한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는 힘든 형국이다. 실제 BSI가 통상 전망치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물경제 전반의 위기감이 크다.

수출도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까지 21개월 동안 딱 한 달(2016년 8월)을 제외하고는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올 9월까지 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줄어들었다. 지난해 기저 효과에도 올해 수출 회복은 이미 물 건너간 셈이다. 산업계는 올해 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약 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와중에 새해 산업 전망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한국은행과 민간 경제 연구소를 중심으로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 등은 속속 제시됐지만 이마저도 편차와 불확실성이 크다. 정부가 제시할 내년 산업의 전망은 이달 중순이나 돼야 공개될 전망이다. 현 정국을 볼 때 이조차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국내 산업은 조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반에 걸쳐 생산, 수출 감소율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내년은 대선을 포함한 국내외 변수가 많고 불확실성도 워낙 커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침체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짙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ICT 산업이 버팀목

이런 와중에 내년에는 그나마 ICT 산업이 우리 산업의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실제 올 4분기 업종별 매출 BSI에서도 전기기계(105), 반도체(104), 전자(101) 등이 회복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 전체 매출 전망 BSI가 99를 기록한 가운데 업종별로도 ICT 산업만이 102로 유일하게 100을 상회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근근이 수출을 떠받치고 있다. 올 1분기 9.4%를 기록한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2분기 -5.5%에 이어 3분기 -0.3%로 현저히 개선됐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의 매출 전망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희망을 품게 한다. 지난달 반도체와 함께 컴퓨터, 평판디스플레이, 가전이 올해 들어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는 등 ICT 주력 품목의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내년 수출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부에서 세계 경기 회복과 수출단가 상승 등으로 2년 연속 이어진 수출 감소세가 내년에는 2% 안팎의 증가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수출의 긍정 요인으로는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른 투자 수요 확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원 수출국 수요 증가가 꼽힌다.

내년에도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제로 성장에 머물고 있는 세계교역 물량이 내년에 확대 기조로 전환하는 것은 힘들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여기에 미국, 중국 등 선진국과 후발 경쟁국을 망라한 보호무역주의 확대 기조도 불안 요소다. 실제 LG경제연구원은 세계 각 국가의 공급 과잉 조정으로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고 교역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선박 수출이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 상반기에 부진한 선박 수주가 내년에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석유화학, 철강 등은 단가 하락세가 멈추면서 소폭 반등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 가속·산업 활력 회복이 `급선무`

내년에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 업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 및 해운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1차 청사진은 모두 마련됐다.

문제는 거국중립내각 구성까지 논의되는 마당에 현 경제팀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정치와 경제를 분리, 산업구조 개편 작업을 지속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선제적 사업 재편으로 신산업 기업 투자 및 연구개발(R&D) 활력을 제고할 정책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산업계 전문가는 “최근 정치계 혼란과는 별개로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개편 등 산적한 정책 과제 달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을 되살리고 중장기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정치적 이해와 분리, 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