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이 중국 기업의 유럽 기업 인수에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중국의 서방기업 인수에 대한 미국과 유럽 당국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의 독일 반도체 기업 아익스트론(Aixtron)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아익스트론은 CFIUS가 “미국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인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아익스트론은 CFIUS가 `모든 거래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으며 오바마 행정부에도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계약을 막을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CFIUS는 재무부와 국토안보부, 국방부를 포함한 17개 정부 부처 대표로 구성된다. 논의 내용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아익스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15일 안으로 이를 승인 혹은 거부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식은 독일 정부가 지난달 21일 두 회사의 6억7000만유로(약 8300억원) 인수계약 승인을 철회하고 심사를 재개한다고 밝힌 이후 전해졌다. 소식통은 독일이 승인을 철회한 것은 미국 정부 당국이 아익스트론의 특정 기술에 우려를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미 당국이 아익스트론 제품들이 군사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경고했다”며 “미국 정부는 중국이 아익스트론 설비를 핵 프로그램을 위한 반도체 칩 생산에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것은 차세대 화합물 파워 반도체인 질화갈륨(GaN)을 기반으로 한 기술로 알려졌다. GaN 기술은 레이더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전파 출력을 높일 수 있어 첨단 무기 성능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CFIUS는 지난해에도 필립스가 조명사업부를 중국 투자자에게 28억달러에 매각하는 것에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필립스는 올해초 매각 계획을 취소했다. WSJ는 독일과 미국 정부 당국이 잇따라 아익스트론 문제에 개입한 것은 날로 늘어나는 중국의 해외 기업 사냥을 안보적 관점에서 서방권이 민감하게 보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WSJ는 앞서 합의된 중국 메이디의 독일 로봇업체 쿠카 인수도 난관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양사는 지난 5월 인수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규제기관의 승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