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닷 격차 벌리기 나선 삼성…맹추격하는 중국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 SUHD TV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 SUHD TV

삼성전자가 QD비전을 인수하는 것은 차세대 TV로 점찍은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퀀텀닷은 TV뿐만 아니라 태양광과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한 미래 소재라는 것도 이유다. 하지만 유럽과 중국 등 글로벌 기업이 QD비전 인수전에 뛰어든 양상에서 드러나듯 앞으로 퀀텀닷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격차 벌리기 나선 삼성전자

현재 퀀텀닷 소재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분야는 디스플레이다. 퀀텀닷 TV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함께 프리미엄 TV의 양대 축이다. 퀀텀닷 TV 진영을 이끄는 삼성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퀀텀닷 소재 자체를 발광소자로 쓰는 QLED TV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에서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금속인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는 퀀텀닷 TV를 개발했다. 퀀텀닷 연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올해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계열사가 참여하는 퀀텀닷 연구 전담 조직도 꾸렸다.

회사는 해외 기술과 특허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2010년에 나노시스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기술 협력 관계를 맺었다. 현재 퀀텀닷 TV와 차세대 QLED TV 개발도 나노시스와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여기에 퀀텀닷 소재 기술 기업 QD비전을 인수, 기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인수가 QD비전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삼성전자가 QD비전을 인수하면 핵심 소재 기술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비카드뮴 퀀텀닷 기술로 앞서가고 있는 데다 핵심 특허까지 가져감으로써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퀀텀닷 격차 벌리기 나선 삼성…맹추격하는 중국

◇퀀텀닷 분야 글로벌 경쟁 격화

QD비전 인수전에 중국과 유럽 기업이 대거 뛰어든 것은 차세대 소재로서 퀀텀닷의 중요성을 단면으로 보여 준다. 퀀텀닷은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 수만 분의 1에 불과한 작은 입자로, 10나노미터 크기 이하로 퀀텀닷을 만들면 밴드갭 에너지가 달라진다.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크기에 따라 내는 색도 다르다. 무기물이어서 물리 및 화학 성질 안정성은 물론 광 안정성도 좋다.

무엇보다 학계와 업계가 퀀텀닷을 주목하는 것은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퀀텀닷 소재 성질이 1980년대에 처음으로 논문을 통해 알려진 이후 불과 30여년 만에 실제 적용 제품이 등장했다.

현택환 서울대 교수는 올해 퀀텀닷 콘퍼런스에서 “퀀텀닷은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나노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라면서 “퀀텀닷은 크기에 따라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성질인 밴드갭 에너지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바이오메디컬 이미징, 차세대 태양광, 자연광과 가까운 빛을 내는 데도 퀀텀닷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QD비전 인수에 독일 바스프나 미국 나노시스가 가세한 것도 퀀텀닷 소재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무게를 둔 시도로 해석된다.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초기 퀀텀닷 TV 시장은 삼성전자에 내줬지만 중장기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은 디스플레이와 TV 산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OLED TV 시장을 겨냥, 중국 TV 제조사 스카이워스와 패널 업체 BOE가 손잡고 중국산 OLED TV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퀀텀닷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QD비전 인수를 노렸다. BOE는 OLED에 이어 퀀텀닷 기술도 확보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를 모색했고, TCL은 관계사를 통한 인수로 퀀텀닷 기술 확보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