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창조경제 그리고 지역별 혁신센터, 이런 것들이 잘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만들어냈고, 자리를 잡게 했다는 점에서 나름 `자부심`을 느낀다.”
올해 초 세종 관가 한 고위 공무원이 스치듯 꺼내놓았던 창조경제에 대한 단상이다. 11개월이 지난 지금, 그 공무원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거의 모든 국민 마음 속에 무겁게 자리 잡은 단어, 바로 `자괴감`이 아닐까.
그 공무원의 자부심이 자괴감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년이 안됐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핵심 정책이 헌신짝처럼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 이를 지켜보는 것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힘들고 자괴감이 든다.
최순실 사태로 현 정권에서 추진했던 모든 정책이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논란에서 비켜나 있을 것만 같던 정부세종청사 여러 부처도 얽혔다. 기획재정부는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수난까지 겪었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 탄핵 국면의 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또 수백만 국민이 매주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만 쉬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는 IMF 국제금융 사태와 맞먹는 위기와 대혼란 속에 내동댕이쳐졌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보호무역주의 등 외부 변수는 자꾸 커져간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우려는 이미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자괴감은 내려놓아라.` 거리에 나선 200만 국민들은 청와대를 제외한 100만 공무원에게 이런 주문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흔들림 없는 국정 운영과 위기 극복의 묘를 발휘할 때 자괴감은 다시 자부심으로 돌아올 것이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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