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단축과 진퇴 문제를 국회에 넘겼다. 사실상 `질서 있는 퇴진` 선언이지만 여야 합의 절차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임기 및 퇴진 결정권을 국회로 넘기면서 야권엔 탄핵보다 복잡한 `합의`라는 숙제가 떨어졌다. 야권은 탄핵 서명을 받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유지했다.
29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제3차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면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말씀해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면서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탄핵과 퇴진 가운데 박 대통령은 결국 자진 퇴진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례없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매주 진행되고 있는 데다 국회가 다음 달 2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예고하면서 박 대통령의 결심도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전직 국회의장 등 정치권 원로들이 박 대통령 하야 선언과 내년 4월까지 퇴진 일정을 담은 `질서 있는 퇴진`을 제시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새누리당 친박 중진 의원들도 앞장서서 대통령 임기 단축 등을 담은 명예 퇴진을 건의했다.
박 대통령 퇴진 선언으로 앞으로 박 대통령과 관련된 퇴진 시기, 국회 추천 총리 선출, 조기 대통령 선거 실시를 포함해 개헌까지 모든 의사결정권이 국회로 넘어갔다. 정치권도 현 국면에서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안정된 정권 이양`을 강조했다. 여야 합의에 따르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국회가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일제히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구두 논평을 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즉각 하야라는 결단”이라면서 “조건을 내걸고 시간을 끌면서 국회에 공을 넘기는 것이 아니었다”며 탄핵 추진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특별검사에 조승식 전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을 추천했다. 대통령은 다음 달 2일까지 두 후보 가운데 한 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
야 3당은 대통령 퇴진 일정과 별개로 탄핵 절차도 계속 밟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일정대로 단일 탄핵안을 마련, 탄핵안 발의 및 국회 의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담화를 지켜본 국민들은 국회가 조속히 결정해 정권 이양까지 순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쪽과 대통령이 탄핵 절차를 앞두고 지지층과 여당 내 의원 이탈을 막아 보려는 의도가 담긴 선언으로 보는 쪽으로 갈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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