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1위 업체 세메스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매출 1조원 고지를 밟는다. 상반기 반도체 분야 투자가 없어 고전했으나 최근 삼성전자 3D 낸드플래시 라인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1조원 매출이 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객사 투자 확대로 내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세메스는 내년 경영 목표로 1조원 중반대 매출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화성 17라인 2단계(16-2 라인으로 명명) 3D 낸드플래시 라인과 평택 18라인 3D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장비 발주를 속속 내고 있다. 세메스도 세정장비와 식각장비 주문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세메스는 올 상반기 반도체 분야 투자가 없어서 고전했고, 주로 디스플레이 장비를 공급하며 매출을 올렸다”면서 “그러나 하반기 반도체 장비 주문이 몰리면서 생산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안팎에선 올해도 매출 1조원 달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메스는 지난해 1조1189억원 매출을 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1조원대를 넘어섰다. 3분기까지 세메스 누적 매출은 5587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4분기 매출은 5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메스 1차 협력사로 장비 부분품 등 조립을 맡는 신우에이엔티와 나우이엔지, 코스닥 상장사인 코디엠도 하반기 주문이 몰렸다. 이들 업체에 물품을 대는 2차 협력사 역시 최근 공장 가동률이 100%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세메스가 매출 목표를 사상 최고치로 잡은 덕에 협력사 실적 역시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메스의 주요 매출은 반도체 전 공정 세정 장비와 식각, 스피너에서 나온다. 세정 장비는 증착과 식각 공정 후 웨이퍼에 남은 잔류 가스 찌꺼기를 약액으로 세척하는 역할을 한다. 식각은 노광 공정으로 형성된 패턴에 맞춰 원하는 부분을 깎아내는 장비다. 최근 대량 상용화에 성공한 품목으로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피너는 노광 전후로 가동하는 장비다. 웨이퍼 원판을 돌리면서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분사하고 현상하는 역할을 한다.
후공정에 적용되는 테스트 패키지 분야 장비 역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세메스는 대만 파운드리 업계의 설비투자 증가와 함께 중화권 시장의 공략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소 소터(Saw Sorter, 패키징 칩 배열), 프로버(테스트), 다이 본더(칩 접착), 핸들러(패키징 조정) 등 테스트 패키지 장비 라인업 개발을 완료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메스가 내년 매출 목표치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잡았다는 것은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방 산업계 투자 확대를 의미한다”라면서 “내년에도 세메스의 주요 매출은 3D 낸드플래시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에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