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년 안에 투자를 받은 미국 스타트업들이 힘겨워 하고 있다. 신생 벤처 상당수가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해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을 팔거나 전환 사채로 급한 불을 끄려고 하지만 신생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는 1년 넘게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불룸버그는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 조사를 인용해 “지난해 1분기 투자를 받았던 1500여개 스타트업이 현재 현금 부족으로 힘들어 한다”면서 “앞으로 추가 투자를 받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벤처 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스타트업이 더 많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측했다. 거스 타이 트리니티벤처스 투자담당자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예전보다 빨리 성장 한계에 부딪히거나 자금 흐름이 끊어지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이) 1년에서 1년 반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 부족 압박이 훨씬 심각해졌다”고 덧붙였다.
투자를 받지 못하는 신생 스타트업은 주식을 팔아 자금을 모으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업 가치가 올라 주식을 비싸게 팔아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최근 2억달러를 모은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의 짐 킴 파트너는 “신생 스타트업 절반 이상이 주식을 팔거나 바로 직전 투자 단계의 가격과 조건으로 전환사채를 팔고 싶어한다”면서 “벤처캐피털이 많은 투자를 했던 2년 전에는 이런 거래가 드물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펀딩 자금은 총 555억달러로 작년 동기 612억달러에 못 미쳤다. 벤처 자금과 거래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스타트업 지수`는 최근 2개월 간 조금 올랐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포인트나 감소했다.
피치북은 2014년과 2015년에는 1만1000건이 넘는 엔젤, 시드머니 투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투자 시장 전반이 침체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스타트업 1차 펀딩(시리즈 A) 투자 축소가 신생 스타트업 사이에 치열한 생존 경쟁을 야기했다. 올해 3분기에 2차, 3차 펀딩 단계에서 투자받을 상황이 되는 스타트업도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감소했다.
신생 스타트업은 험난한 길을 걷는 반면, 벤처캐피털의 주가는 더 높아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00년대 버블 이후 가장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평가다. 엑셀파트너스, 앤드리슨 호로비츠, 파운더스펀드 등은 올해 10억달러 넘는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털은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는 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