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수요자원거래시장(DR) 2년 무엇을 얻었나

[특별기고]수요자원거래시장(DR) 2년 무엇을 얻었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전력회사와 자동차회사가 함께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전력 소비가 많은 낮 시간대에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려는 운전자를 줄이고, 이들을 전력 수요가 적은 밤 시간대에 충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시험 참여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력회사의 충전 시간 변경 요청에 승인만 하면 된다. 참여하는 운전자는 대가로 1000달러를 선지급 받고, 실적에 따라 540달러까지 추가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전력회사는 전력 소비가 몰리는 것을 줄여 발전소 추가 건설 비용을 회피할 수 있고, 참여자는 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 방식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시간대별로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에어컨, 냉장고, TV 등을 대상으로 비슷한 시험을 하고 있다. 앱을 통해 약속한 만큼 전기 소비를 절감하면 전기요금을 줄일 뿐만 아니라 보상까지 추가로 받는 방식이다. 앞으로 국민 누구나 전기를 아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국민 수요 반응`을 도입하기 위한 실증 사업의 일환이다.

이렇게 전기 소비를 아낀 실적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시장이 `수요자원거래시장(DR:Demand Response)`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11월 말 처음으로 전력 시장 내에 DR를 개설했다. 2000년대 초반에 수요 자원 거래가 시작된 북미 등 주요국에 비해서는 늦게 도입된 편이다. 그러나 2년 사이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DR를 운영하고 있다. DR는 3년차 시장 운영을 위한 등록을 마치고 테스트를 거쳐 지난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총 2200여 전기 사용자가 388만㎾의 수요 자원을 운영한다.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가상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 8기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DR 개설 이후 지난 10월까지 약 2년 동안 제주도 인구 전체가 10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소비(544GWh)를 줄일 수 있었다. 전력 소비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이 줄고 전기 공급 비용도 절감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전기 사용을 줄이거나 사용 시간을 옮긴 보상으로 지급된 정산금 2200억원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 수백 개가 생겨나고, 다양한 에너지 절약 기술과 절감량 측정 기술을 개발하는 자양분이 됐다. 전기 소비를 줄이는 다양한 방법과 효과 등에 대한 정보가 체계를 갖추고 쌓이면서 국내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 전력 시장에 진출을 모색하는 사업자도 생겼다. 국가 전체로도 DR를 통해 전력 계통을 효율 관리할 뿐만 아니라 비싼 발전소도 덜 짓고 덜 가동할 수 있게 됨으로써 에너지 생산 및 소비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출범 3년차를 맞는 DR가 계속 성장하고, 시장을 매개로 다양한 신산업 비즈니스가 펼쳐질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특히 수요 자원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중소 규모 전기 사용자의 참여 확대 및 수요 자원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제도를 이달 중에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중소 규모 전기 소비자들의 전기 소비 절감 프로그램 참여 확대를 위해 참여 조건이 완화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앞에서 언급한 `국민 수요 반응 프로그램` 도입의 시발점이다. 가정·사무실 등에서 사용하는 냉난방 기기, 조명 등으로 실생활 속에서 전기를 절감하고 손쉽게 보상 받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또 수요 자원 거래량이 전체 전력 시장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 수요 자원에 대한 체계화된 신뢰성 검증 방안도 마련한다. 감축 시험 강화, 전기 소비 형태 검증 확대, 활용성 향상 등을 통해 수요 자원도 발전기와 대등한 수준의 신뢰성을 갖도록 할 예정이다.

DR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혁명의 실증 공간이자 창의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정부와 관련 업계의 지속된 노력으로 DR가 에너지 신산업의 첨병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michael@mot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