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영화 `헬릭스`는 지구온난화로 사막이 되어버린 미래도시 밴쿠버를 그렸다. 모든 것이 황폐화돼 슬럼으로 변한 밴쿠버 한 가운데, 첨단 안전 기후시설을 갖춘 섹터1은 마지막 보루이자 미래도시의 모습으로 웅장하게 서 있다.
섹터1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 사람은 오로지 생존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 섹터1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주인공 에이든 맥너슨(로버트 던컨 분)도 그중 한명이다.
영화 속 밴쿠버 정부가 제방을 지어 도시를 나눈 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공격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안전지대인 섹터1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 섹터2 사람을 예비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가운데, 섹터2 사람의 공격성은 날로 늘어간다. 맥너슨은 범죄자를 잡은 공로로 섹터1에 진입했지만, 고향인 섹터2를 버리지 못하는 심리적 갈등에 빠진다.
헬릭스처럼 극단적인 예는 아니겠지만 기후변화는 현실로 다가온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는 연구가 활발하다.
기후변화가 심리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환경심리학`도 새로운 학문 조류가 됐다. 미국 심리학회는 2009년부터 세계 기후 변화 문제에 있어 심리학 역할을 탐구하는 대책팀을 만들고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 정부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종합적인 기후변화 행동계획 마련을 지시하며, 환경심리학도 포함했다. 환경보호청(EPA), 보건복지부(HHS)는 물론 항공우주국(NASA)까지 8개 국가기관이 총동원됐다. 주요 연방기관에 소속된 100여명 전문가가 3년간 연구 끝에 지난 4월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50년이면 기후변화 영향으로 우울장애를 가진 미국 성인 환자 수가 현재보다 37% 많은 45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치매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환자는 현재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세계적 노력과 동시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병행된다.
미국은 기후변화 건강 위협으로부터 어린이를 가장 먼저 보호하기로 결정해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핵심 과제로, 미 대통령직속 아동 환경건강 태스크포스 활동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기후변화와 건강 문제를 다룬 초·중·고 교재를 서둘러 개발해 대응토록 했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