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역기능 모멘텀](https://img.etnews.com/photonews/1701/912233_20170110143012_553_0001.jpg)
미국 뉴멕시코주 반델리어 인디언 유적지는 유명 관광지다. 키 작은 침엽수가 무성했다. 산불 위험이 컸다. 1000에이커를 태우기로 한다. 2000년 5월 4일 밤 프리홀레스 계곡 맞은편 4번 도로를 따라 들불을 낸다. 이튿날 불길이 통제선 너머로 번진다. 10일 산불은 핵시설물인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와 도심에까지 번진다. 조그만 들불은 4만7000에이커를 태우고 나서야 끝난다. 세로그란데의 재난은 이렇게 시작됐다.
세로그란데 재난도 작은 실수에서 비롯됐다. 곧 진화될 것이라고 보고됐지만 들불은 통제선을 넘어섰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기업이 배울 것은 없을까.
캐슬린 서트클리프 미시간대 교수는 기업에도 `역기능 모멘텀(dysfunctional momentum)`이 있다고 한다. 성공에 계기가 있듯 실패에도 전조가 있다. 여기에 탄성이 붙는 순간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성공이란 강박감이 함정이 되기도 한다. 1999년 칼리 피오리나는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강한 리더십이 기대됐다. 뭔가를 보여 줘야 했다. 2002년 컴팩과 합병을 추진한다.
그러나 버블은 이미 꺼지고 있었다. 시그널이 도처에 있었지만 무시된다. 합병 후 PC 산업은 곧 침체기로 접어든다. 12억달러 손실. 피오리나는 2005년에 해고된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2015년 3월 저먼윙스 9525편이 추락한다. 항공은 위험과 함께하는 비즈니스다. 승객과 화물은 철저히 검사된다. 폭발물, 무기, 위험 승객이 없다면 안전한 비행을 기대한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부조종사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우울증을 앓았다. 모기업 루프트한자는 비행학교 시절부터 이 사실을 알았다. 비행기는 고도 3만8000피트부터 10분 동안 서서히 하강한다. 결국 외진 알프스산 중턱에 충돌한다.
경영진의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주의가 만든 함정도 있다. 웰스파고에서 수백만개 가짜 계좌가 만들어진다. 고객 요청이나 동의는 없었다. 문제는 과도한 목표 할당. 직원에게 유치 할당량이 배정됐다. 무려 5300명의 직원들이 가짜 계좌 만들기에 빠져든다.
최고 명성에 집착하면서 빠지는 `강박감 함정(Reputation risk)`도 있다. 폭스바겐은 부가티, 벤틀리, 람보기니, 포르쉐에서 아우디 및 스코다까지 브랜드가 12개인 최고 기업이었다. 배기량 조작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치를 만한 희생이라 봤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etnews.com/photonews/1701/912233_20170110143012_553_0002.jpg)
어떻게 역기능 장애를 피할까. 단테 디스파르테 리스크코퍼러티브 CEO는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위험을 피하는 방법은 윤리 리더십과 가치 있는 의사결정에 있다고 본다.
새로운 방식은 무엇일까. 첫째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면 기준을 가치에 맞추라. 1982년 타이레놀을 복용한 6명이 사망한다. 독극물이 첨가됐다. 당국은 시카고 지역 회수를 명령한다. 존슨앤드존슨은 미국 전역에서 수거한다. 상식은 수익과 시장을 말한다. 존슨앤드존슨은 기업의 경영 철학을 말했다. 사회 책임을 넘어 행동하는 기업으로 신뢰를 얻는다.
둘째 `가려진 곳(blind spots)` 없애기다. 웰스파고는 목표는 높게 세웠지만 직원 행동에는 무관심했다. 숨겨진 공간을 외면할 때 위험은 커진다.
셋째 솔선수범하라. 캐치프레이즈를 실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가장 단순하면서 어렵다. 경영진이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어떤 조언도 작동하지 않는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의 결함은 환불, 리콜과 단종으로 결론난다. 손실은 3조원에서 7조원대. 매년 새 시리즈를 내며 가꾼 이미지에도 상처를 남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9조2000억원 거둔다.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예상 못한 반전이다. 환불과 단종은 극단의 선택이었다. 고객과 시장의 신뢰는 잃지 않았기 때문일까.
디스파르테는 위기관리는 기업 다루기의 심원(深遠)한 영역이라 말한다. 위기와 위험은 언제나 흥미로운 대상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