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김종민이 대상을 탈 수 있었던 결정적인 프로그램은 단연 ‘1박2일’이다.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을 거친 김종민이지만, 9년 동안 함께했던 본적지를 빼놓을 수 없다. ‘1박2일’이 그간 시즌을 거듭하고 멤버들을 비롯해 제작진, PD까지 교체되는 상황에서, 김종민은 항상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만 군대를 다녀와 다시 복귀했을 당시처럼, 방송이 맘처럼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자존심이 상한 적도 있고, 변화되는 환경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커졌고, 그 기대가 몇 배의 실망감으로 커지면서 부담을 느꼈어요. 그 실망감은 스태프와 멤버들에 대한 죄송함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슬럼프가 왔어요. 괜히 실수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1박2일’이 거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되면서 그 미안함이 많이 없어졌어요. 다들 더 좋은 데로 가셨으니까요. (웃음)”
아울러 김종민은 시즌3에는 안 좋게 들어왔다면서 그만 두려고까지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국엔 이렇게 지금까지 ‘1박2일’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김종민에게 시즌3에 남기로 결정한 이유를 물었다.
“상 받아서 남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하하하. 그냥, 남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나간다고 해서 다른 걸 잘할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 같아요. 자존심일 수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해왔던 것이기도 하고요. 아직 풀지 못한 것도 많았죠. 실망감을 드렸던 것들, 스스로에게 실망했던 것들을 풀었어야 했는데, 그게 ‘1박2일’에 남게 된 큰 이유였어요.”
김종민은 ‘1박2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사건이 생기거나 시청률이 뚝 떨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 할 것 같다. 오래 남아있어만 준다면 할 때까지 하고 싶다”면서 “그때는 입수는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며 ‘허허허’ 웃었다.
현재 ‘1박2일’ 시즌 3는 꾸준한 팬층과 함께 연일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 안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종민은 열심히 자신에게 진 응어리를 풀고 있다. 마음 속 지니고 있던 부담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은 듯싶다. ‘1박2일’ 역시 이런 그를 응원하듯 김종민의 이름을 건 일명 ‘김종민 특집’도 진행했다.
“‘김종민 특집’은 ‘1박2일’ 모든 시즌을 하면서 가장 심장이 쫄깃했어요. 제 이름 걸고 했는데 잘 안되면 독박을 쓰는 거니 너무 부담이 되는 거예요! 제작진들끼리 상의를 해 결정하고 저를 믿어준 건데, 실망을 드릴까봐 겁이 났어요. 그래서 특집 첫째 주 방송 보면 오버했던 게 있어요. 이후에는 시청률도 잘 나오고 마음이 좀 편해졌죠.”
이 외에도 ‘1박2일’이 김종민에게 가져다 준 결실은 많다. 예전에 욱하는 기질이 많고 분노조절이 잘 안됐다는 김종민은 그간의 경험으로, 지금은 평화로운 성격을 가지게 됐다.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옛날 사람들은 어땠을까’ 의문점을 가졌던 데에는 ‘하얼빈 특집’이 불을 지펴 해박한 역사 지식을 갖게 해줬다. 덕분에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김종민은 “모르는 건 아예 모르는데, 관심을 가지면 그래도 되는 것 같다. 나도 이번에 알아서 노래도 예능도 역사도 좀 더 깊숙이 파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에게 터줏대감으로서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있냐고 하자, “내가 참여한다고 해서 더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워낙 전문가분들이고 그것만 고민하시는 분들이라, 내 생각으로는 (진행을) 안 하는 게 프로그램에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잘 따라가고 있다”고 답했다.
“‘1박2일’은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떨어져서 상처를 줬던 곳인데 여기를 안가면 더이상 그 근처를 못 가겠는 거예요. 극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거죠. 상처도 줬고 큰 상도 줬던, 내 인생의 집 같은 존재에요.”
결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성격 탓인지 김종민은 ‘1박2일’과 붙어 있으면서도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동시에 ‘1박2일’은 김종민에게 슬럼프와 위로, 성장의 계기를 제시해주며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다. 아울러 시청자들은 이들의 빛나거나 어두웠던 순간을 모두 함께하며 세월을 보내왔다.
“시청자들이 저에게 대상을 줬다고 생각해요. 대중의 응원이 없었다면 못 받았다고 확신해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저도 원하지 않는 상이에요. 그러니 질책할 것은 질책해주시고, 실수를 하더라도 조금만 더 너그럽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