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상반기부터 가전제품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를 중국 하이얼에 공급한다. 기업간거래(B2B) 부품 사업에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부품을 비롯한 상업용 에어컨, 빌트인 등 B2B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하이얼에 가전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를 공급한다. 현재 공급 규모와 조건 등을 세부 조율하고 있다. 조만간 최종 계약을 맺는다.
하이얼에 공급하는 컴프레서는 기체를 압축하는 부품이다. 냉장고와 에어컨 등 냉방 기능을 갖춘 가전 핵심이다. 모터와 함께 `가전 심장`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하다. 하이얼은 자체 컴프레서를 보유하지 않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컴프레서와 함께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SW)도 공급한다. 하이얼은 방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기업으로 성장, LG전자가 공급하는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부품 솔루션 사업부를 둘 정도로 부품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컴프레서와 모터 기술력을 가전 사업 경쟁력으로 삼았지만 지난해부터 B2B 사업 강화 차원에서 외부 판매를 본격화했다. 단순 부품 판매를 넘어 모터와 컴프레서를 최적으로 구동하는 SW까지 함께 제공,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신성장 동력으로 B2B 가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상업용 에어컨(공조), 모터·컴프레서 등 부품과 B2B 가전이 핵심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지난해 B2B 가전 사업 비중을 전체 가전 사업 매출 2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올해는 이 비율을 더 높인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B2B 사업을 고객 밀착형으로 내재화해 성장을 가속화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상업용 에어컨은 처음으로 가정용 에어컨과 매출 5대5 비율을 맞췄다. 올해는 상업용 에어컨 매출이 가정용을 역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사업은 지난해부터 외부 판매를 강화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현재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사 캐리어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주요 가전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번에 하이얼까지 공급하면 매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에서 가전 핵심 기술을 외부에 내주면 완제품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비해 LG전자는 모터와 컴프레서를 작동하는 핵심 SW 영역은 암호화, 블랙박스 형태로 제공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빌트인 가전은 초프리미엄 브랜드로 `시그니처 키친스위트`를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프리미엄 브랜드 `LG스튜디오`를 이원화하면서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한다. LG전자는 시그니처 키친스위트를 3년 안에 미국 최고 레벨의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로 일굴 계획이다.
LG전자가 B2B 가전을 육성하는 것은 경제와 시장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사업보다 안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B2B 시장에서는 고객사를 한번 확보하면 많은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
LG전자 관계자는 “B2B 고객사 관련 정보는 외부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