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 제동…트럼프 “법정에서 보자, 우리가 승리할 것”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 부활을 만장일치로 무산시켰다.
이에 이슬람권 7개국 국민들은 행정명령에 대한 깊이 있는 법적 검토가 있기 전까지 미국에 입국할 수 있으며 비자 발급도 받을 수 있게 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미 제9연방항소법원의 3인 재판부는 반 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중지한 하급심 결정이 계속해서 유지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는 정부가 이번 항고심에서 (반 이민 행정명령이 표방한) 가치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행정명령 일시중지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추가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법정에서 보자, 우리나라의 안보는 위험에 처해있다”고 언급했다.
행정명령의 위헌여부 등 최종 운명은 연방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공보실 밖에 모인 기자들에게 “이번 결정이 ‘정치적’” 이라며 “(이후 소송에서)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반 이민 행정명령은 지난달 27일 사전 고지 없이 발표된 이후 큰 혼란을 일으키며 전 세계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는 무슬림이 대다수인 중동‧아프리카 7개국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잠정 중단하고, 이들에게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 이민 행정명령은 워싱턴‧미네소타 주로부터 효력 일시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았다.
이에 지난 3일 시애틀 소재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주 정부 신청을 심리하며 행정명령이 더 깊은 법적 검토를 거치기 전까지 그 효력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적용 범위는 이례적으로 전국으로 설정됐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고했다.
이날 항소법원은 시애틀 법원의 결정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측면이 일부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측이 행정명령에 명시된 어느 국가로부터 온 어떤 외국인도 미국에서 테러 공격을 저질렀다는 점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선 심리에서 정부 측 변호인들은 심사 절차가 강화되지 않은 채 테러 위험이 있는 국가로부터 입국자들을 받아들이면 나라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어 “대중에게는 국가안보 및 선출된 대통령의 정책집행 권한과 관련해 강력한 이해관계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동의 자유, 가족과 헤어지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자유에도 이해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사법부가 행정부에 속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심판할 권한이 없다고 한 정부 측의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우리의 헌법적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근본 구조에 반하는 이러한 주장이 지지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의 헌법적 보호가 자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주 정부가 향후 법정 다툼에서 승리할 가능이 높다는 전언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행정명령이 종교적 차별이라는 주 정부 주장의 심각한 속성을 이해하지만 “주 정부 측 기타 주장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현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다만 워싱턴과 미네소타 주는 주내 대학과 기업들이 행정명령으로 피해를 봤다는 점과 관련해 많은 증거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행정명령 일시중지 범위를 제한해 달라는 트럼프 행정부 측의 마지막 요구는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주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 직후 성명을 내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 결함 많고 성급하며, 위험한 행정명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무슬림 사회도 환영 의사를 드러냈다. 무슬림 권익보호 운동가인 파라나 케라는 성명을 통해 “오늘 제9연방항소법원이 미국의 법치와 자유, 평등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