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인체통신 기술 개선... 떨어져 있어도 정보 전송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이상훈)이 인체를 매질로 통신하는 `인체 통신`을 개선, 사람의 몸과 2~3㎝ 떨어진 기기에도 안정된 정보 전송 기술을 개발해 각종 웨어러블 기기 및 바이오센서의 정보 전달 성능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이 마련됐다.

ETRI는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본부장 강성원)가 기본 기술보다 정보 전송 안정성을 대폭 향상시킨 인체 통신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ETRI가 개발한 인체통신 기술 적용 사례. 손목 시계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측정한 심박 데이터가 몸을 통해 스마트 패드에 전송된다.
ETRI가 개발한 인체통신 기술 적용 사례. 손목 시계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측정한 심박 데이터가 몸을 통해 스마트 패드에 전송된다.

인체 통신 기술은 사람의 몸을 매개체로 전파나 디지털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별도의 선이나 안테나 없이 기기를 인체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정보를 전송한다.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기기가 보편화될수록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ETRI가 200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신호 인체 통신에 성공,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2012년에는 미국전기전자학회(IEEE) 기술표준위원회 국제표준화도 이끌었다.

그러나 정보 전송의 안정성이 떨어져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체의 작은 움직임에도 정전기 등 환경 요소로 신호 잡음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몸 안에서 발생하는 심장 박동, 장 운동 등 각종 생체 활동도 잡음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전송 주파수 대역을 좁히는 방법을 썼다. 주파수 대역이 좁아지면 그만큼 신호 세기가 강해지고, 잡음에도 영향을 덜 받게 된다. 기존 8메가헤르츠(㎒) 대역폭을 2㎒로 좁혔다. 신호 세기가 약 5배 이상 향상, 100만분의 1비트(bit) 수준의 데이터 손실률을 기록했다.

신호 강도가 세진 만큼 전송 성능도 개선됐다. 인체에서 2~3㎝ 떨어져 있는 기기에도 데이터가 안정된 형태로 전달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각종 문서 기반 정보를 전송하는 기기에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몸에 부착하는 바이오센서, 옷처럼 입는 웨어러블 기기들이 몸을 매개체로 정보를 손쉽게 전송한다. 한글 100자 이내의 간단한 정보는 0.001초 안에 기기로 전송한다. 사람의 접촉으로 침입자를 감지하는 방범·보안 체계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새로운 인체 통신을 이전 받을 기업을 찾을 방침이다. 당장 이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강성원 본부장은 “웨어러블 기기 등 최신 기술의 트렌드는 사람의 몸을 정보 통로로 활용하는 인체 통신에 최적화돼 있다”면서 “기술 성능 강화 연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