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펜/나보코프상, 포크너상, 전미도서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맨부커상…. 나열하기도 벅찬 문학상을 다 받은 작가가 있다. 노벨문학상만 빼고….(이런 이유로 얼마 전까지 문학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불렸다.)
필립 로스.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필립 로스를 코맥 매카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는다.
영화 ‘인디그네이션’은 바로 그 문제적 작가(?) 필립 로스의 ‘울분’이 원작이다. 필로 로스는 역사 혹은 시대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해온 작가다. 이 소설에서도 한국전쟁과 매카시즘 광풍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 놓인 한 개인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195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모든 행동에 완벽한 모범생이었던 유대계 청년인 ‘마르쿠스(로건 레번)’는 아버지의 부담스러운 간섭과 감시를 벗어나 오하이오 와인즈버그 대학교에 진학한다. 여자와 데이트조차 해본 일이 없는 순진남 마르쿠스는 아름다운 올리비아(사라 가돈)과 만난다. 젊음이 치기어린 선택의 반복이듯 마르쿠스도 흔들리며 실수하고 방황하는데….
이 작품은 제32회 선댄스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화제작이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으로 알굴을 알리고 ‘퓨리’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로건 레먼이 타이틀 롤을 맡았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눈에 띄어 ‘코스모폴리스’ 등에 잇따라 출연한 사라 가돈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소설 ‘울분’)
집착과 구속, 규제와 맹목, 편견과 낙인찍기…. 1950년대 미국은 2017년 대한민국과 닮아있다. 필립 로스의 소설과 영화를 같이 보길 권한다.
김인기기자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