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빈의, 현빈에 의한, 현빈을 위한’ 영화 ‘공조’

‘공조’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JK필름 제공
‘공조’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JK필름 제공

Q : 한국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직업은?
A : 조폭과 형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투캅스’를 거쳐 ‘공공의 적’ ‘베테랑’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시장에서 형사 버디 무비가 득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공조’ 스틸 사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JK필름 제공
‘공조’ 스틸 사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JK필름 제공

우선 캐릭터가 확실하다. 형사는 강진태(유해진)의 넋두리처럼 범인을 쫓고 격투를 벌일 때 멋있(어 보인)다. 감독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고 추리기법을 이용해 이야기가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한국사회의 모순을 꼬집을 수 있는 주제의식을 담을 수 있다.

위트와 유머는 덤이다. 감성을 건드리는 주제의식과 위트와 유머가 만날 때 관객의 카타르시스는 폭발한다. 하지만 형사 버디 무비는 정해진 틀이 있다. 자칫 서사구조가 전형적이고 올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조’ 스틸 사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JK필름 제공
‘공조’ 스틸 사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JK필름 제공

‘공조(감독 김성훈)’에서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와 남한 사고뭉치 형사가 만났다.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현빈은 투박한 북한 형사 임철령 역할을 맡았지만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슈트발은 여전하다. 임철령은 지금까지 현빈이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남성적이다. 영화 내내 가라앉은 저음의 사투리로 복수심과 분노에 찬 북한 형사를 잘 표현했다.

현빈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총기 액션에다가 도심을 질주하는 카체이싱, 옥상에서 유리를 뚫고 잠입하는 장면 등 각기 다른 공간에서 다른 컨셉으로 촬영한 액션은 볼거리다. 임철령은 물에 젖은 두루마리 휴지 하나로 칼을 휘두르는 조폭들을 제압한다. 일당백의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남성 관객의 눈길까지 잡는다.

‘공조’ 스틸 사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JK필름 제공
‘공조’ 스틸 사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JK필름 제공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는 어떤가. 세월을 돌린다고 해도 결코 식스팩 따위는 만들 수 없는 신체 조건,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기름진 입술,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딸 등 임철령이 가진 것은 하나도 없는 반면 임철령에게 없는 것은 모두 가진 남자다.(유해진의 ‘전매특허’인 코믹 연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공조’는 공식대로 따라가는 서사구조와 모든 것이 다른 임철령과 강진태의 삐걱대는 마찰음을 표현하는 얼개가 허술하다. 극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임철령과 강진태의 우정에 대한 묘사는 자연스럽지 못하다. 목숨을 걸고 찾은 위조지폐 동판을 대하는 태도나 납치됐던 아내와 딸을 구출하고 다시 임철령을 구하러 사지로 돌아가는 강진태의 모습엔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형사 버디 무비라는 장르에 맞추다보니 각본은 무난하고 무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조’는 재밌다. 한 마디로 ‘현빈의, 현빈에 의한, 현빈을 위한’ 영화다. 하지만 이는 유해진과 김주혁, 장영남과 임윤아가 있어 가능했다. 1월 18일 개봉.

김인기기자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