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반도체 굴기를 노골화했다. 정책 은행과 산업 펀드가 24조원을 칩메이커 칭화유니그룹에 지원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개발은행과 반도체펀드는 칭화유니에 1500억위안(약 24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칭화유니는 2020년까지 중국개발은행에서 1000억위안을 지원받는다. 나머지 500억위안은 2014년에 조성된 반도체펀드에서 제공한다. 이 자금은 반도체 산업 발전과 해외 인수합병(M&A)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칭화유니는 자세한 자금 사용처는 밝히지 않았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칭화유니는 중국과 해외 반도체 관련 기업을 인수하며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앞장섰다. 300억달러를 투자, 난징에 중국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도 짓고 있다. 우한에는 메모리와 스토리지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칭화 관계자는 “이번 자본 유치로 반도체 시장 점유율 확대, 기술업그레이드 가속화, 핵심 경쟁력 강화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1500억달러를 투자, 반도체 국산화율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칭화유니를 앞세워 이 같은 청사진을 실현하려는 의도라고 외신은 해석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 3397억달러의 절반 정도가 중국에서 소비됐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은 20% 미만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몇 년 동안 공격적 M&A를 추진했다. 2013년 자국 스프레드트럼, 2014년엔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각각 인수해 설계 능력을 강화했다. 2015년엔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투자로 샌디스크 우회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내정자 시절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전략이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과학기술자문위원회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진흥 정책이 반도체 부문 혁신과 미국 국익에 실질적 위협을 준다”며 경고한 바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