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스템LSI사업부가 두 갈래로 쪼개졌다. 독자 칩 사업을 하는 시스템LSI사업부, 고객사 칩 위탁생산만을 맡는 파운드리사업부로 이원화된다. 부사장급 인사가 각 사업부 장을 맡게 됐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작년 상반기 이뤄진 경영진단의 결과물이다. 칸막이 설치로 파운드리 고객사의 '정보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시스템LSI사업부장은 강인엽 시스템LSI 시스템온칩(SoC) 개발실장(부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정은승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이 맡았다. 시스템LSI사업부는 팹리스(Fabless,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반도체 업종)처럼 움직인다. 기존 시스템LSI사업부장을 겸임했던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은 권오현 부회장을 보좌해 전체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해 상반기 내내 경영진단을 받았다. 한두 곳 파운드리 고객사에 의해 사업부 전체 실적이 휘청거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진단이었다. 애플이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로 칩 생산 물량을 몰아 준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 대형 고객사는 독자 칩과 파운드리 양산을 동시 진행하는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의 개선을 지속 요구해왔다. 이 때문에 경영진단팀은 독자 칩 설계와 파운드리사업부를 분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고심 끝에 이 같은 분리안을 확정지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주문형반도체(ASIC) 파운드리 계약을 맺으면서다. 당시 테슬라는 완벽한 '칸막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본지 2016년 12월 9일자 1면 삼성, 테슬라에 차량 반도체 공급한다>
엑시노스 등 독자 칩 사업을 맡는 강인엽 신임 시스템LSI사업부장 부사장은 1963년생으로 퀄컴 출신 인사다. 지난 2010년 초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롱텀에벌루션(LTE) 모뎀 기술과 이 기술을 엑시노스 AP에 통합, 시스템LSI사업부의 매출을 끌어올린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근래 프리미엄 갤럭시 스마트폰에 퀄컴 스냅드래곤과 삼성 엑시노스 AP를 절반씩 섞어 사용한다. 시스템LSI가 모뎀 기술을 통합한 AP를 내놓지 못했다면 이 같은 성과를 올리진 못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부사장은 1960년생으로 2004년 삼성전자 시스템LSI 개발실 상무보, 2007년 상무, 2009년 시스템LSI 전무, 2011년 시스템LSI 파운드리사업팀 제조센터장을 역임하다 2012년부터 반도체연구소장을 맡았다. 삼성전자 내 반도체 제조 분야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7나노 시스템LSI 공정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는 안을 확정지은 인물이 바로 정 부사장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책임경영을 통해 각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사업부 분리와 신임 사업부장을 인선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조직장의 변경도 있었다. 강호규 반도체연구소 담당임원 부사장이 반도체연구소장을, 정태경 테스트&패키지(TP)센터장 부사장이 LED사업팀장으로, 최정혁 메모리품질보증실장이 TP센터장으로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주선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미주총괄을 맡게 됐다. 최 부사장이 맡았던 메모리 전략마케팅팀장 자리는 한재수 미주총괄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됐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