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67> 밸류 쿼드런트 다루기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67> 밸류 쿼드런트 다루기

그래프를 하나 그려 보자. 먼저 수평 축(X축)과 수직 축(Y축)을 긋는다. 수평 축은 '새로운 가치'로 이름 붙이고, 수직 축은 '새로운 기술'이라고 하자. 이제 두 축의 중간 지점에 평행한 선을 그어 보자.

이제 공간은 4개의 사분면으로 나뉜다. 왼쪽 하단 사분면에서 새로운 기술과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오른쪽 상단 공간은 새로운 기술이 언제나 새로운 가치로 나타난다. 오른쪽 하단과 왼쪽 상단 공간에서 둘은 공존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이 정작 가치를 찾지 못하거나 새로운 혁신은 없는 공간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왼쪽 하단은 무의미의 공간, 왼쪽 상단은 발견의 공간, 오른쪽 하단은 응용의 공간이다. 오른쪽 상단은 기술 혁신이 가치가 되는 공간이다. 밸류 쿼드런트라 불리는 독특한 세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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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은 새로운 것으로 이끈다. 가치 있는 것을 만든다. 성공 스토리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수많은 실패 사례도 있다. 성공 스토리보다 실패가 흔하다.

로버트 컨스는 작은 사고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어 가고 있었다. 가벼운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밤, 끝없이 움직이는 차창 와이퍼는 운전을 방해할 정도다. 눈이 마를 즈음 깜빡이는 눈꺼풀처럼 와이퍼도 간간이 움직이면 안 될까. 1964년 12월 1일 첫 특허를 출원한다. '간헐 작동을 하는 차창 와이퍼 시스템.' 문제는 이때부터다. 1969년 포드는 새 차에 유사한 와이퍼를 장착한다.

1970년이 되자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가 채택한다. 컨스는 와이퍼를 분해한 뒤 보고선 놀란다. 자신의 특허와 동일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은 이 특허가 너무나 자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년간 소송 끝에 포드와 크라이슬러로부터 보상금을 받는다. 제너럴모터스(GM), 벤츠, 일본 제조사에 대한 소송은 기각된다.

어떤 기술은 너무도 순조롭게 상업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레디 코사 싱가포르경영대학 교수와 필립 김 미국 뱁슨칼리지 교수에게 이런 사례는 많다. 미국에서만 1년에 28만개의 특허가 나온다. 고작 10%가 수익으로 돌아온다. 대부분 특허는 연구개발(R&D) 비용에도 못 미친다.

저자들은 1000개가 넘는 사례를 살펴본다. 몇 가지 조언을 찾는다. 밸류 쿼드런트 만들기다. 첫째 아이디어를 보호하라. 2010년 로버트 퍼네츠키는 뇌척수액 단백질을 처음 분리해 낸다.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핵심 아이디어를 논문으로 공개한 상태였다.

대기업도 이런 실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네슬레는 비밀서약서를 누락한 채 네스프레소 커피머신 40대를 고객에게 시험용으로 배포한다. 훗날 특허의 핵심이 기각되면서 복제품에 문을 열어 준다. 둘째 표식을 만들라. 한 기업이 포도껍질에서 심장 질환에 효과 있는 플라보노이드를 추출해 낸다.

문제는 방법이 알려지면 누구든 가능하다는 것. 다행히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보노이드는 화학 특성이 있고, 간단히 카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가능하면 제품에 담으라. 찰스 미스트레타는 3차원 이미지 기술을 개발한다. 미세 혈관의 이상 유무도 알아챌 수 있다. 미스트레타는 GE 헬스케어에 라이선스를 준다. GE는 새 자기공명영상(MRI) 기계에 이 기술을 담는다.

넷째 기존 특허와 결합하라. 제프리 퍼시벌은 로켓의 고도 제어장치를 만든다. 별반 새로울 것 없는 기술이었다. 실상 선반 위에 널린 이것저것(off-the-shelf)들로 만들 수 있었다. 새로운 발명이지만 따라 만들기에 취약했다. 퍼시벌은 기존 특허와 결합한다. 라이선스를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에 이관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30번의 우주선 임무와 고고도 풍선 실험에 사용된다.

발명과 가치 만들기는 다르다. 진리 탐구가 곧 가치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가치는 다른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가치는 보장 받기 어렵다. 기업에 새로운 가치란 더없이 중요하다. 밸류 쿼드런트 다루기를 생각해 보자. 혁신과 가치는 함께 찾을 수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