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가상화폐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가 늘고 있다. 억울함을 피력할 곳이 없어서인 듯하다. 이미 관계 당국에 문의는 다 해 봤고, 법률로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자체를 의심하는 이도 있다.
가상화폐 무단 송금 피해를 본 A씨는 같은 피해자 30여명과 함께 거래소를 상대로 한 집단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국내 리플코인 거래소 한 곳에서 약 5000만원이 타 계좌로 무단 송금되는 사고를 당했다. 해당 거래소 측이 해킹 여부를 공지하지 않은 채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내놓는 것에 격분, 금융 당국과 경찰서 등을 전전하다 소송을 택한 것이다.
관계 당국도 가상화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가이드라인조차 없으니 제도상으로는 어떤 대책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찰도 피해가 발생하면 신고는 접수해 두지만 가상화폐 관련 법(규정)이 없어 피해 구제는 해 줄 수 없는 처지다. 금융감독원도 같은 이유로 금융 당국에서는 취할 조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는 처음부터 보안성과 신뢰성 문제, 익명성과 지하경제 악용 등 문제점을 안고 태어났다.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 가운데에는 바로 이 같은 문제점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섞여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가상화폐가 돈 세탁, 마약 거래 등에 악용된 사례가 나타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기존의 전통 화폐 거래에 상응하는 규칙 준수를 주문하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합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국에서는 아직 가상화폐와 관련된 입법 논의가 전무하다. 검찰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연구 검토를 거쳐 추적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은 들린다. 가상화폐는 재산권과 관련된 것인 만큼 대형 사고가 터지면 극심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합법화가 시기상조이거나 문제가 있다면 선의의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