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합동 업무보고]4차 산업혁명 대응에 정권 성패 달렸다

#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새 정부 핵심 협업 과제로 일자리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을 선정한 것은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정권의 성패가 달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와 신기술 발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새 정부 핵심 과제인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요원하다는 절박함이다. 이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행정자치부, 중기청 간의 협업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4년 정도 뒤진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계의 제조·공정 부문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은 90으로 선진국(100)에 비해 2년 정도 뒤처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설계와 연구개발, 마케팅, 서비스 등을 종합한 전체 대응 수준은 81로 더 떨어진다. 이는 최대 4년에 달하는 격차다. 산업군별로는 신산업과 소재산업 분야 대응 수준이 상당히 떨어진다. 무엇보다 서비스와 마케팅 역량이 선진국에 비해 일천한다.

이에 따라 각 부처별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통합·조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정기획위가 제2차 협업과제로 미래부, 산업부를 비롯한 5개 부처 관련 업무계획을 점검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민관 협업 체계를 구축하느냐가 핵심이다.

새 정부는 조만간 구성될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향후 5년간 주요 추진 과제를 도출할 계획이다. 5G 상용망과 IoT 전용망을 조기에 구축하고, 의료 등 주요 분야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방안 등이 담긴다. 또 공공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고, 스마트공장 확산과 융합 시대에 대비한 법제와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국정기획위는 각 부처 보고를 통합하고 조정 과정을 거쳐 새 정부 4차 산업혁명 추진체계 구축 방안을 세울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간 연계가 수직적 분업관계에서 수평적 협업관계로 전환하는 것에 맞춰 부처간 협업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차세대 산업 핵심 경쟁 원천이 제조와 조립에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구축으로 변화하느데 맞춘 대응 전략도 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신산업 육성은 결국 질좋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산업부는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부상할 12대 신산업에서 2025년까지 38만개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체 종사자 중에서 연구개발과 품질검증, 생산기술 등 전문성을 보유한 산업기술 인력의 일자리 비중이 과반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사무직, 서비스직 등 지원인력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고급 기술인력 중심으로 일자리가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신산업 분야의 연구개발과 설계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민간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빅데이터, 원격의료,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12대 신산업에서 대다수 일자리가 만들어 진다는 점에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역량 있는 전문인력 양성, 다른 산업으로부터의 유연한 인력이동 지원, 법·제도 등 인프라 확충, 정부와 연구기관의 새로운 연구개발 지원 등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제조업과 산업정책에 대한 고정관념과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역할도 연구개발 투자보다는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제도 혁신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