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자율주행자동차 칩 솔루션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정했다. 인텔이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면 '뉴 인텔 인사이드'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실제로 인텔은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촘촘하게 시장 진입 계획을 세웠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부족한 역량을 보완했다.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 알테라를 18조원, 비전 프로세서 업체 모빌아이를 17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공동 개발 등 굵직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무엇을 파나
인텔의 대표 자율 주행 솔루션은 자율주행차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개발 플랫폼 '고(GO)'다. 올해 초에 공개됐다. 완성차 업체는 인텔 고를 활용해 자율 주행에 필요한 각종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인텔 고에는 아톰 또는 고성능 제온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기능 개발 단계에선 FPGA를 붙여서 쓸 수 있게 했다.
FPGA는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를 의미한다. 이 같은 특성 덕에 시제품을 만들 때 주로 활용된다. 개발 과정에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검증이 끝나면 마지막 설계를 바탕으로 주문형 반도체를 대량 구매하는 것이 디지털 완성품의 제작 양산 일반 과정이다.
인텔은 지난 2015년 FPGA 업체 알테라를 약 18조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했다. 알테라 기술을 기반으로 최근 자동차 등급(작동 온도 등)에 맞는 신형 FPGA '아리아10'을 출시했다. 고 플랫폼 위로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아리아10을 붙여 쓰게 함으로써 자동차 업체는 '유연'한 개발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인텔은 설명했다. 여기에 최신 모뎀과 무선주파수(RF) 칩을 혼용 탑재하면 5세대(5G) 통신 기술을 활용한 각종 기능 구현 테스트도 할 수 있다.
비전 프로세싱 기술도 갖추고 있다. 인텔은 지난 3월 이스라엘 모빌아이를 약 17조원에 인수했다. 모빌아이의 대표 제품은 고성능 비전 프로세서인 아이큐5(EyeQ5)다. 아이큐5는 카메라센서로 들어온 영상을 기반으로 차선을 인식하거나 앞 차와의 거리를 인지한다. 높은 인식률, 저전력 특성이 장점이다. 비전 프로세싱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나아가 자율 주행 기능을 구현한다. 아이큐5 프로세서는 인텔 아톰 또는 제온, FPGA와 결합돼 자율주행차의 중앙 컴퓨팅 플랫폼을 구성하게 될 전망이다.
서버용 제온 프로세서는 자율주행차에 직접 탑재되진 않지만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시스템에 탑재돼 자율 주행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게 된다.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활용한 인텔의 새로운 비휘발성 메모리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탑재되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더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인텔은 강조했다.
◇누구와 협력하나
인텔은 지난해 7월 BMW, 모빌아이와 2021년까지 완전한 자율주행차 'i넥스트'를 개발키로 합의했다. BMW는 올 하반기에 인텔 기술을 접목시킨 자율주행차 40여대가 실제 도로를 누비며 테스트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 5월 델파이를 새로운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델파이는 인텔과 BMW 기술을 시스템으로 통합(SI)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인텔과 BMW가 공동 개발한 자율 주행 기술은 델파이를 통해 다른 완성차 업체로 빠르게 전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현대기아차, 일본 인피니티와도 협업하고 있다. 2015년 현대차 제네시스와 기아차 K9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인텔 칩이 탑재돼 있다. 인피니티 Q5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인텔 칩이 들어간다.
재규어 랜드로버에는 리얼센스 카메라 기술을 공급했다. 운전자 얼굴을 인식, 자동으로 잠금을 해제한다. 탑승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른 음악을 틀어 주는 기능도 구현된다.
전장 업체로는 LG전자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LG전자는 인텔의 컴퓨팅,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을 활용해 차세대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구현할 계획이다. 자율 주행을 위한 딥러닝과 각종 센서를 융합하는 '센서 퓨전' 기술이 반영될 예정이다.
차량용 실시간운용체계(RTOS) 전문업체 QNX와는 ADAS와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가 탑재된 HW 모듈에 QNX의 인포테인먼트 SW 플랫폼을 얹는 것이 골자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와는 주행 상황에 감지, 차량 전조등의 각도와 밝기를 조정하는 '프로그래머블 헤드라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 전조등은 도로와 날씨 상황도 수집한다. 일반 발광다이오드(LED)가 아닌 디지털라이트프로세싱(DLP) 광원을 채용했다.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로 정보를 처리한다.
인텔은 올해 초 글로벌 디지털 지도 전문 업체인 히어(Here)의 주식 15%를 매입했다. 자율 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인텔은 히어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차 전용 고해상도(HD) 지도 데이터의 업데이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