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도시바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국, 미국(베인캐피털), 일본(일본산업혁신기구, 정책투자은행 등) 연합 컨소시엄을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도시바는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그 전까지 컨소시엄에 포함된 주체별 출자 금액, 지분율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해 확정해야 한다.
업계에선 컨소시엄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후 도시바 본사로부터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넘겨받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때까지 매각이 완료되지 않으면 도시바 본사는 2년 연속 자본 잠식으로 상장 폐지된다.
가장 큰 변수는 웨스턴디지털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공장을 공동 운용하는 파트너사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합작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매각 작업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요구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이후 웨스턴디지털이 일반 회사채를 인수, 간접 출자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내놓았다. 웨스턴디지털은 절충안에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컨소시엄을 통해 직접 출자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본 내에선 이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으면 양사 모두에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 의견차를 좁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웨스턴디지털은 성명을 내고 “도시바가 샌디스크 동의권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도시바가 제휴사인 샌디스크 동의 없이 조인트벤처 이익을 제3자에게 양도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해 향후 법정 분쟁 불씨를 남겼다.
중국 등이 반독점법을 근거로 이번 딜에 딴죽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소시엄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출자가 아니라 SPC에 자금을 대출해 주는 형태로 SK의 자금을 조달받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