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이건 아무도 준비 못하지.”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의 단 한마디에 뉴욕 시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시내를 달리던 수천대 자동차가 좀비처럼 변해 제멋대로 달린다.
도로의 차들은 운전자가 손쓸 겨를 없이 역주행을 하며 이리저리 충돌하고 주차장에 있던 차는 홍수가 난 것처럼 쏟아진다. 도시는 무정부 상태다. 경찰이 질서 유지에 나섰지만 경찰차도 좀비카 공격 앞에 속수무책이다.
분노의질주 더 익스트림의 사이버 테러리스트 사이퍼는 해킹능력 세계 1위를 자랑한다.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탄 자동차를 공격해 핵무기 관련 서류를 빼앗기 위해 도심 교통을 마비시켜 버린다.
자동차 해킹은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처럼 수천대를 한 번에 통제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자동차를 해킹해 통제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이같은 자동차 해킹 장면을 소개했다. 일반 SUV 자동차에 노트북PC를 연결하고 간단한 조작을 하자 핸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면서 자동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중국의 한 보안 연구소는 실제 주행하는 테슬라 자동차를 해킹해 관련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자동차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건 물론 문이 갑자기 열리고 차량 중앙 태블릿PC도 마비됐다.
자동차는 완성차업체 광고문구처럼 '전자 디바이스'가 된 지 오래다. 소프트뱅크와 중국보안연구소의 해킹 시연은 미래 자동차가 아닌 현실에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 진행한 것이다.
현재 출시되는 상용차에는 500개 넘는 칩셋이 탑재돼 서로 연결돼 있다. 500개 칩셋 중 하나의 연결고리만 타고 들어가도 해킹이 가능하다.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시대는 더 위험하다. 차량 내부 전자 장비 연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동통신망 연결이 보편화된다. 해커 접속 경로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의미다.
좀비카 질주를 막기 위해선 첫 출발이 중요하다. 자동차 이통망 연결이 시작되는 시점에 미리 막아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을 구성하는 칩셋 단위, 자동차 설계, 이통망 연결 등 모든 연결 고리에서 취약점이 없는지를 살피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