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7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6나노로 직행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대만 TSMC에 퀄컴 등 주요 고객사 7나노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물량을 빼앗긴 뒤 세운 반격 전략이다.
6나노는 7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배선 폭을 더욱 미세화한 공정이다. 7나노보다 칩 면적이 좁아 원가 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효율과 성능도 개선된다.
삼성전자는 2019년 6나노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의 7나노 위탁생산 물량 부재는 10나노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인 8나노 공정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7나노 공정 고객사 확보가 경쟁사인 TSMC보다 늦었다는 판단을 내리고 6나노에 힘을 쏟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위해 최근 양산형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인 ASML NXE3400B를 올해 2대, 내년에 7대 들여놓기로 했다. 1대는 조만간 경기도 화성 17라인에 배치돼 운용 테스트를 시작한다. 나머지 1대는 하반기에 들어온다. 내년 7대가 순차로 들어오는 시기에 맞춰 7나노와 6나노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생산 공장으로 장비가 이전 배치될 전망이다.
TSMC는 10나노 공정 개발에 소요되는 자원을 최소화하고 7나노로 직행했다. 10나노 공정에선 오직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용 칩만 만든다. 이 같은 전략을 펼친 결과 TSMC는 초기 퀄컴 7나노 칩 위탁생산 물량을 삼성전자로부터 빼앗아 왔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노광 장비로 7나노 칩을 생산할 경우 원가 면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광은 회로 패턴을 새기는 핵심 반도체 공정이다. 반도체 생산 전문가도 7나노 일부 핵심 공정에선 EUV를 활용해야만 칩 면적과 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UV는 빛 파장이 13.5㎚로 짧아 7나노 회로 패턴을 한 번에 그려 넣을 수 있다. 삼성이 차세대 EUV 노광장비를 7나노 양산 라인에 적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유다.
TSMC 첫 7나노 공정은 EUV를 활용하지 않는다. 빛 파장이 193㎚인 불화아르곤(ArF) 엑시머 레이저와 액침(液浸, immersion) 기술을 활용, 해상력을 높인 이머전 장비를 쓴다. 7나노에서 EUV를 활용하지 않으면 일부 공정에선 노광 작업을 여러 번 수행하는 쿼드러플 패터닝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공정 시간이 길어져서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TSMC는 내년에 첫 번째 7나노 공정을 상용화한 뒤 두 번째 7나노 공정에선 EUV를 활용할 계획이다. 2019년 양산화가 목표다. 기존의 노광 장비로 7나노를 빠르게 상용화해 신규 고객사를 섭력한 TSMC는 추후 EUV를 활용, '진정한 7나노'를 강조하며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 시기에 7나노에서 한 단계 나아간 6나노로 사활을 건다. 6나노로 가기 위해선 7나노 기술이 기반이 돼야 한다. 삼성은 자체 엑시노스 칩 한 종류 정도를 7나노에서 양산하고, 주력은 6나노로 삼을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 20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14나노로 직행하면서 효과를 본 적이 있고, TSMC 역시 10나노를 건너뛰는 전략으로 초기 7나노 공정 시장에서 승기를 잡았다”면서 “삼성전자가 EUV 장비를 대량 구매한 만큼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