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대표 조환익)가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전기자동차(EV) 충전소를 만든다. EV 충전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충전 인프라 관리 운영, 보안 강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을 충전소 운영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말까지 적용 테스트를 거쳐 타당성 검토 후 모든 EV 충전소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9일 한전과 전력연구원,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한전 ICT인프라처와 전력연구원 공동으로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기반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ICT인프라처와 전력연구원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가 원장(Ledger)을 공유하는 보안 강화 기술이다. 매번 발생한 원장 트랜잭션을 암호화하고, 그 결과값이 다음 원장 트랜잭션에 반영된다. 시간 순서상 누적 기록됨에 따라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과거 기록에 대한 부인 방지 기능이 있다.
본지가 입수한 한전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기반 구축 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충전소 데이터 관리는 물론 충전 서비스 대외 업무 처리, 충전 이용 고객 지원 서비스 등 전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
충전소 데이터 인증뿐만 아니라 내부 빅데이터 관리까지 개방형 블록체인 기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한전 ICT인프라처 관계자는 “EV 충전소뿐만 아니라 앞으로 빅데이터 플랫폼 등 여러 업무에 블록체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수요 관리, 개인간거래(P2P) 전반에 적용하는 시범 사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블록체인 기반 EV 충전 서비스 운영 시스템을 만든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EV 충전소를 가동하면 사용자 인증 및 충전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 프로세스, 충전소 예약 정보 등록이 간소화된다. 보안 또한 강화된다.
한전은 충전소와 충전기, 충전인프라 정보, 충전회원 등록자 정보, 충전사업자별 요금 정보를 블록체인 원장으로 관리하게 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충전소 시범 사업은 △다양한 이종 데이터 등록과 처리가 용이하도록 모델링하는 원장 설계 △예약, 기업, 인증, 충전량, 비용 등 이종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업무별 처리 모듈인 노드별 핸들러 △업무 처리 서버와 고객 지원 서버에 블록체인 클라이언트를 설치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성 △회원 가입, 사용자 기능, 관리자 기능으로 구성된 충전 서비스 포털 △기존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연계하기 위한 블록체인 API △전체 시스템 연동을 위한 통합 테스트 등이다.
한전 관계자는 “충전소 시범 사업과 병행해 전자조달 시스템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영업, 전자화폐(에너지코인), 월렛 서비스 등을 접목해 한전 전반에 걸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및 EV 충전 사업에도 신기술 블록체인을 적용해 별도 표준 모델을 만들고, 신 모델은 수출로 연계한다는 복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는 1만1767대, 급속 충전기 1050기, 완속 충전기 1만30기가 보급된 상황이다. 전 세계로도 전기차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EV 충전 불편함 해소를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전은 개방형 충전소 300개소에 급속충전기 500기를 약 180억원을 투입해 설치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최대 4000개 단지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홈 충전 인프라와 음식점, 휴게 사업과 연계한 플래그십 충전소도 총 800억원을 투자해 확충할 계획이다.
[표]블록체인 적용 시범사업 현황(자료-본지 취합)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