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가 이동통신사 담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는 정부가 결정하는 보편요금제가 3사 간 암묵적 가격 합의를 유도, 담합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편요금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전년도 데이터량과 요금수익, 사회적협의체 의견을 참고해 요금제를 설계해 결정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통사는 보편요금제 출시 과정이 담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경쟁이 아닌 기업 직·간접 합의로 상품을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공동행위(담합)'로 규정한다.
가령,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에 데이터 기본 제공량 1.3GB을 2만원에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를 의무화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같은 가격의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사업자가 선발사업자에 비해 재무상 요금인하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경쟁 대신 SK텔레콤 보편요금제로 수렴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요금이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암묵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담합 소지가 크다”면서 “담합에 대한 판단 여부를 떠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되면 그 자체로 이통사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는 정부 행정지도가 개입되더라도 사업자간 합의가 발견되거나 경쟁 제한 요소가 명백할 경우에는 담합으로 규정해 처벌한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는 담합 요소가 없다며 반박했다.
공정거래법은 '법률'로 상품 판매조건과 가격 등을 정하는 경우는 담합의 예외로 한다. 보편요금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한 법률로 추진한다.
다만, 보편요금제는 SK텔레콤에만 출시를 의무화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법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담합 논란이 남는다.
이에 대해서도 과기정통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는 보편요금제와 관련한 어떤 임의적 행정지도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사회적 협의체 운영과 관련해서도 담합 논란이 제기됐다.
보편요금제 수준을 정하기 위해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인데 이통 3사가 참여한다면 사업자 간 합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가 참여하더라도 시민단체, 정부가 논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공정위 법률과 지침을 위반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보편요금제를 중심으로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보다 저렴한 요금을 출시해 경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