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형를 구형하면서 삼성은 '비상'이 걸렸다. 약 2주 뒤에 있을 선고 기일까지 여론이 중요하다. 또 그룹의 향후 경영전략도 다양한 대비가 필요하다.
7일 결심 공판이 끝남에 따라 공은 재판부로 넘어갔다. 재판부는 각종 증거가 범죄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지를 포함 당사자 진술, 관계자 증언의 신빙성·합리성 등을 따져 최종 유·무죄 판단을 내린다. 법원은 오는 25일 오후 2시 30분 1심 선고 재판을 예고했다.
재판부가 특검 구형을 대체로 받아들여 형을 선고하면 삼성전자는 장기간 '총수 부재'라는 경영 부담이 현실화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다.
이 부회장 부재로 삼성의 중장기 사업 전략에 큰 공백도 피할 수 없다.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만과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투자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에 빠진다. M&A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는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집중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8 등 전략 제품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총수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는 점까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이 부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래전략실도 해체됐다.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비해야 한다.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도 사상 최대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삼성은 웃을 수도 없다. 특히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무죄나 집행 유예 판결이 나오면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삼성이나 재계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시민 사회 반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의 고민은 남는다. 집행 유예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여론을 의식한 재판부에서 모(유죄) 아니면 도(무죄)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혐의가 대부분 증거 불충분일 가능성이 높아 무죄 선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의 무죄 사례가 있다.
이 부회장도 '위법 증거가 넘쳐난다'는 특검의 주장과 달리 '명확한 실형 근거는 불충분하다'는 법조계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죄추정 원칙'까지 고려하면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줄 여지는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판결 쟁점은 크게 5가지다.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약속금액 135억여원을 포함해 총 433억 2800만원의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실제 지급한 298억원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최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현지명 코레스포츠)에 용역비 등 명목으로 지급한 78억9000만원 상당엔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말 소유권에 관한 허위 서류를 작성하거나 이른바 '말 세탁'을 한 부분에는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나가 최씨 모녀를 모른다고 대답한 것에는 국회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관건은 어떤 혐의가 어느 부분까지 유죄로 인정될지 여부다. 이 부회장과 삼성은 여전히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사회정의 구현과 수많은 간접증거'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한편, 대법원이 1·2심 주요 사건 선고 생중계를 허용하면서 이 부회장의 25일 1심 선고 재판이 국민에게 생중계하는 첫 재판이 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