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은 어떤 일의 결과를 평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어디서 유래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제부턴가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말이 됐다.
절반의 성공은 점수로 환산하면 100점 만점에 절반인 50점 이상 정도로 여겨진다. '절반의 실패'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을 보면 절반의 성공은 부정보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가졌다. 지금은 다소 부족하지만 앞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았다.
절반의 성공은 딱히 뭐라고 말하기 어려울 때 쓰이기도 한다. 아주 좋은 결과는 아닌데, 일을 망친 것도 아니다. 심하게 질책하기에는 미안하고, 마냥 박수를 치는 것은 머쓱한 상황이다. 이럴 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하면 평가하는 이나 평가받는 측이나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할 수 있다.
때로는 날을 숨기기도 한다.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면 나머지 절반은 결코 인정하지 못한다는 뜻을 갖는다. 나머지 절반의 몫이 실제로는 더 작아도, 절대 '성공'이 될 수는 없다. 절반의 성공일 뿐 흠 없는 성공의 반열에는 못 오른다.
문재인 정부가 17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5년 대통령 임기 중 이제 20분의 1 정도가 지난 셈이어서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출범 100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정권 초기에 추진동력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정권 후반까지 갈 것도 없고, 집권 1~2년차에도 주요 선거에서 여당이 밀리는 순간 바로 떨어지는 게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다. 대선 승리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핵심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대통령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문 대통령의 100일은 나쁘지 않았다. 국정 지지율이 70%를 넘는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10명 중에 3명 빼고는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좋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보수성향이 짙은 60대 이상이나,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70% 전후의 지지율이 나온다. 정권 초기인데다 높은 지지율까지 뒷받침되니 대통령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유례없는 탄핵 정국 속에서 선거 직후 대통령으로 취임해 연착륙한 것만으로도 박수 받을만하다.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 강화 등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도 좋았다.
여기까지는 절반의 성공이다. 문제는 나머지 절반을 메울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저성장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산업은 어떻게 육성할지, 침체된 기업의 사기는 어떻게 살릴지 모호하다.
문 대통령은 출범 100일 첫 기자회견에서도 이에 대한 해법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삶을 바꾸고 책임지는 정부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국민 기본권을 위한 정책을 강조했다.
국민 삶을 바꾸기 위해 복지·노동 지원책을 펼치고, 필요한 재원은 증세와 재정지출 구조조정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신산업을 육성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 삶을 개선하는 접근방식은 이번에도 빠졌다.
문 대통령의 소득 주도 성장론이 맞다 틀리다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난 100일, 절반의 성공은 가능하지만 '절반'을 떼어 내기는 어려운 이유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