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이는 TV, 사이드미러 없는 자동차, 얇아지고 커지는 스마트폰, 실제 주인공이 된 듯 실감나는 가상현실(VR) 게임….
이들 제품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디스플레이와 관련 부품, 소재, 장비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구현되거나 상용화를 앞둔 것이다. 디스플레이는 이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창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과 기기 간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 시대 등 미래 산업 발전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발전을 기초로 한다. 일상생활 모습 자체를 바꾸는 변화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미래 시대를 준비할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게 우리 현실이다. 대학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정작 정부의 관심이 줄면서 바이오 등 다른 유망 분야로 이동하는 현상은 이미 오래 됐다. 대학 연구자가 주니 지원하는 학생도 적어진다. 좀 더 쉬우면서 안정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분야로 인재가 빠져나가는 현상도 어려움을 더한다.
디스플레이 대기업도 채용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산업 중요성에 비해 지원자의 산업 이해도나 관심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매년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국내외를 돌아다니면서 채용 설명회를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못 거둔다.
대기업도 이 정도니 중견·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본사가 서울이 아니어서, 회사 이름을 잘 몰라서 지원을 꺼리는 게 대부분이다. 해당 분야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여도 중소기업이란 이유로 외면을 받는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R&D뿐만 아니라 인재 확보·양성에도 전략이 필요한 시기를 맞았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 중국의 거센 추격, 빠른 기술 발전 속도 등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 대처를 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려는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 스마트폰과 PC를 사용하고 TV와 영상광고판을 보지만 정작 디스플레이 자체 기술에 대한 관심은 낮아 보인다. 국가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인재 전략을 논의할 때가 됐다. 인재가 없으면 기술도 없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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