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정책, 글로벌 리스크 비화]〈1〉FTA, WTO 등 국제분쟁 가능성

주주가치 훼손, 손실 구체화땐 투자자국가소송제 선택 가능

[통신비 인하 정책, 글로벌 리스크 비화]〈1〉FTA, WTO 등 국제분쟁 가능성

7월 A 통신사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애널리스트가 질문이 아닌 주문을 던졌다.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투자자가 힘들어 하고 있다”면서 “정부에 강력하게 컴플레인(항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B 통신사도 “정부와 민간 통신사가 상하관계냐” “주주는 우선순위가 아니냐”는 애널리스트들의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애널리스트의 잇따른 날선 발언은 정부 일방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한 국내외 통신사 주주들의 불만이 예사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통신비 인하 정책, 글로벌 리스크 비화]〈1〉FTA, WTO 등 국제분쟁 가능성

이동통신 3사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실정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정부의 통신비 정책으로 이통사 매출이 감소하고, 주가 하락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가 하락 등 손실과 피해가 구체화되면 외국인 투자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국제무역기구(WTO) 등 국제 협정을 근거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선택할 수 있다.

정부 일방의 통신비 정책이 자칫 국제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글로벌 투자자 ISD-WTO 제소 가능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투자 유치 국가의 불합리한 행정 제재 또는 대우에 대해 투자자가 세계은행 산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 등 제3자 분쟁조정기구를 통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선택약정할인율 25%, 보편요금제 등 인위적 가격 통제 정책은 ISD가 규정한 '공정·공평한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 조항 위반에 해당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투자 유치국은 법률 체계에 구현된 적법 절차 원칙에 따라 투자자를 대우해야 하고,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 정부가 불합리한 행정 절차를 내세울 경우 투자자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불합리한 정부 정책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보게 되면 ISD 제소에 따른 손해 배상 요건이 성립한다”면서 “이 경우 행정 절차에 불법성, 피해의 인과 관계, 정확한 피해액 규모 등을 따지는 일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이의 제기도 가능하다.

WTO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에 따르면 회원국 간 서비스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정해야 한다. 통신비 절감 대책이 이에 해당하는지 분쟁 조정 절차를 야기할 수 있다.

법조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당장 해외 투자자가 ISD와 WTO 제소 등을 실행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 통신비 정책이 차례로 실행되고 주가 하락이 현실화되면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제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또 주가 하락이 지대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공동으로 소송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다.

ISD와 FTA 협정의 정당성 문제를 떠나 소송 가능성은 현실이다. 소송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는 수백억원대 소송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정부는 론스타 ISD에 대응해 지난해까지 395억원을 지출했다. 자칫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은 물론 국제 사회에서 정책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신비 인하 정책 발표 이후 국내 법률 현황을 묻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준과 상식을 벗어난 정부 요금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자는 ISD 등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통신비 인하 규제가 ISD 분쟁 기준 가운데 '간접 수용의 예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한·미 FTA에 따르면 투자 유치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투자자의 재산권을 침해해선 안 되지만 공중보건, 안전, 환경 및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정당한 공공 복지 목적에 부합할 경우 예외를 인정한다.

그러나 법조계는 “정부 통신비 정책 가운데 취약계층 지원은 복지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선택약정 할인율 25%와 보편요금제는 법정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표〉이동통신 3사 외국인 지분 보유 현황(2017년 상반기, 각사 취합)

〈표〉국제무역 분쟁 해결 제도 관련 현황

[통신비 인하 정책, 글로벌 리스크 비화]〈1〉FTA, WTO 등 국제분쟁 가능성

[통신비 인하 정책, 글로벌 리스크 비화]〈1〉FTA, WTO 등 국제분쟁 가능성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