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이재용 부회장 1심 판결에 충격을 받은 임직원 추스리기에 나섰다. 초유의 위기 상황이지만 힘을 모아 헤쳐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총수 부재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그룹 경영의 시계까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8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1심 판결을 보고 임직원 여러분 모두 상심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경영진도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권 부회장은 “불확실한 상황이 안타깝지만 흔들림 없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자”면서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영진도 비상한 각오로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 메시지는 삼성전자 내부뿐만 아니라 계열사 조직 전반의 분위기를 다독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판결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으면서 '총수 부재' 장기화 전망이 제기됐고, 내부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심 선고 이후 임직원들이 심적 타격을 크게 받은 것 같다”면서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취지의 메시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약 6개월 동안 삼성전자 경영을 총괄해 왔다. 그룹 총수가 참여하는 대정부 간담회 등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대외로는 그룹 대표 역할까지 맡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계열사에 미칠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컨트롤타워이던 미래전략실까지 해체한 가운데 특단의 비상경영 체제 전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비상 체제 전환은 내부 시스템도 바꿔야 하고 주요 회의도 소집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각오를 다지자는 분위기지 비상경영 체제를 말하긴 이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도 언급되고 있지만 2심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논의 자체는 시기상조다. 또 2심 재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간 옥중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편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 김종훈 변호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부회장 측은 항소장에서 “1심은 법리 판단과 사실 인정에 오인이 있다”는 취지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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