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기업에 강제로 분할하도록 하는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을 검토한다.
사인의 금지청구제 등 사소 제도를 활성화, 전속 고발제 개편과 함께 검찰과의 협업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공정위는 관계부처와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고 30일 밝혔다.
법 집행체계 개선 TF는 민사·행정·형사 등 다양한 법 집행 수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정거래 법집행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집행체계 혁신을 위한 과제는 민사 5개, 행정 4개, 형사 2개 등 총 11개가 선정됐다.
민사적 규율수단으로 소비자나 기업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중단시켜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도입된다.
행정기관이 위법행위로 손해를 본 시민을 위해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집단소송·부권소송제를 도입하는 안도 논의된다.
아울러 피해액의 3배를 보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피해자의 신속한 경제적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제도 문제점 개선 등 대체적 분쟁해결(ADR) 제도 활성화, 피해자의 증거확보능력 강화 방안 등도 논의 과제로 선정됐다.
행정수단 개선 과제로 시장 경쟁질서 회복이 어려울 때 기업분할명령제 등 구조적인 시정조치를 내리는 안도 검토된다. 기업분할 명령제는 시장경쟁을 훼손할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과도한 기업에 대해 규모를 줄이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대표 사례는 1984년 미국 AT&T를 정보통신과 제조업부분을 분할판결을 받은 후 1995년 3개사로 분할된 바 있다. 2001년에도 MS사의 윈도에 익스플로러의 끼워 팔기와 관련해 분할 청구가 있었지만, 빌게이츠의 경영퇴진으로 이를 해결한 바 있다.
이외에도 과징금 부과 수준 적정성 검토, 위반행위 적발을 높이기 위한 조사·사건처리 절차 개선, 지방자치단체와 법 집행 권한 분담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형사적 규율수단으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전속고발제 개편 방안, 검찰과의 협업 강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TF 논의는 최근 공정거래 사건의 급증세를 고려할 때 과징금·시정명령 중심의 집행체계로는 불공정행위 근절과 피해구제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민사제도를 통해 경쟁법 집행의 약 95%를 처리하고 있지만 우리는 관련 행정수단 외 기반이 취약하다.
TF는 내년 1월 말까지 운영된다. 격주로 회의를 열어 과제를 토의하고 대안을 마련한다.
종합보고서는 내년 1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시급한 과제는 국회의 법안 심의에 반영될 수 있도록 10월 말까지 중간 보고서를 발표한다.
29일 열린 1차 회의는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공정위 국장,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TF 위원 10명이 참석했다. TF 위원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5개 단체로부터 총 5명을 추천받았다.
나머지 5명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전속고발제 공청회 때 참여했던 외부전문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