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바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결정됨에 따라 일본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도 웨스턴디지털(WD)과의 분쟁 해결,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 통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아직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연합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해결할 과제가 산적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매각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패 역할을 한 경제산업성 후원을 받아 한미일연합 내 일본세력이 도시바메모리 의결권 과반을 쥐는 형태로 매각이 성사됐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
우선 도시바메모리와 협업 관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분쟁을 내년 3월 이전에 해결해야 한다.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는 늦어도 6개월 이내에 통과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일본 반도체산업 퇴락도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히노마루(일장기) 메모리반도체'는 세계를 석권했다”며 “회사들이 속속 패퇴했지만 그나마 도시바메모리는 최후의 보루였다”고 봤다.
또 “한미일연합과 계약한 도시바메모리 의결권을 일본 세력이 쥐었다 해도 복잡한 주주 구성 때문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정적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도시바메모리의 향후 운명은 반도체 소재나 제조장치를 포함한 일본 전체 반도체 산업의 부침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메모리 경영은 향후 2조엔(약 20조원)의 인수자금을 대는 10개사 정도가 각각의 이해관계를 조정해가며 쥐게 된다”고 우려됐다. 반도체는 거대 자금이 수시로 투입돼야 하는 산업인데 구성 기업과 일본 정부간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힘들 수 있다는 뜻이다.
도시바메모리가 흔들리면 일본 반도체의 미래도 암울해질 수 있다. 제조장치나 재료를 포함하면 일본 반도체 산업 규모는 10조엔(약 1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세계 최대급 생산능력을 가진 도시바메모리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도시바메모리를 제외한 일본 내 전체 수십 개 반도체 공장의 실리콘웨이퍼 공급력은 욧카이치 공장에 못 미친다.
경제산업성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과정에서 기술유출 저지를 강조한 이유가 욧카이치 공장이 관련 산업 전체를 지탱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또 매년 1조엔(약 10조원) 규모를 투자하는 삼성전자와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경쟁하는 가운데 도시바메모리가 힘겹게 생존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미일연합을 주도하는 베인캐피털은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완료한 뒤 2~3년 뒤인 2020년께 새 회사를 도쿄증권거래소 등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29일 보도했다.
베인은 정확한 기업공개(IPO)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도시바메모리의 재무 여건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인수가 안 되면 가능성이 더 멀어질 수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