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 등을 중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과 산하 51개 기관의 유사중복업무에 대한 기능조정과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성남시 분당을(은 13일 문체부 국정감사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통합이 필요한 대표적 사례로 업무 중복을 들었다. 문체부 소속기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산하기관인 아시아문화원은 2015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에 따라 '아시아 문화의 창의성과 다양성 개발을 통한 문화 관련 홍보 교육 연구 및 콘텐츠 제작 유통 활성화'를 목적으로 나란히 설립됐다.
그러나 전당이 아시아문화전당 콘텐츠 사업을 위한 국고보조금의 교부 및 정산 등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문화원은 그 예산을 집행하는 실행기관이라는 점이 다를 뿐 두 기관이 하는 일은 차이가 없다. 심지어 두 기관의 주소도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로 똑같다.
올해 두 기관의 예산은 전당 570억원, 문화원 328억원 등 900억원 규모다. 인력도 전당 50명, 문화원 96명 등 150명에 육박한다. 두 기관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200명 규모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둘로 나눠 있으니 한 명이면 될 기관장도 두 명을 두는 등 예산낭비도 크고, 관리와 실행 업무 간에 매일 지속적인 조율이 불가피함에도 나눠져 있으니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게 김 의원 지적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박물관 등의 식음료나 문화상품권 매장 등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문체부 산하기관이다. 올해 지출예산은 121억원, 정원은 40명이지만 비정규직을 포함할 경우 두 배 규모에 육박한다. 그런데 2015년 기재부의 공기업 기능조정 방침에 따라 식음료 매장 민간위탁을 추진하여 현재 15개 매장을 CJ그룹 계열사 등에 위탁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식음료 사업을 '하청'받은 공기업이 다시 재하청을 준 꼴이다. 김 의원은 하청 중간브로커 기능은 공기업 역할로는 적합하지 않으니 직영을 하거나 민간위탁이 필요하다면 예술의전당과 같이 국립중앙박물관이 직접 위탁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책방송원은 문체부 소속기관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KTV(국민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예산만 278억원, 인력은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182명에 달한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효과에 의문이 크다는 점이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KTV 시청률은 0.052%에 그쳤다. 수년째 답보 수준으로 인지도도 낮다. 2016년 방송원이 KTV를 알고 있는 일반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KTV를 매우 잘 안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고, 조금 안다(57%)거나 이름만 들었다(25%)고 응답했고 인지 경로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경우가 43%에 달했다.
KTV를 포함한 정부 홍보방송 대부분이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정부 홍보방송은 7개 부처에서 8개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한 해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시청률이나 인지도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 국회방송(NATV)와 같은 의회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방송채널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김 의원은 정부홍보 방송 운영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통합이 가능한 방송은 통합하고, 필요성이 낮고 효과가 없는 방송은 폐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의원은 “창의성과 다양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문화예술분야를 경제논리만을 잣대로 판단할 수는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똑같은 일을 하는 기관을 여러 개 두어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유사중복업무에 대한 기능조정과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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