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내년 아이폰에 '특허분쟁' 퀄컴 칩 배제 추진

퀄컴과 특허 분쟁을 벌이는 애플이 내년부터 아이폰에 퀄컴 부품을 채택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내년 나오는 아이폰, 아이패드에 퀄컴 대신 인텔과 대만 반도체 업체인 미디어텍 모뎀 칩을 사용하는 설계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10여년 동안 퀄컴 칩만을 사용하다가 지난 1월 퀄컴이 과도한 특허료를 받아 챙기고, 다른 제조사의 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퀄컴이 애플을 상대로 맞소송을 내면서 양측 법정 다툼이 격화됐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7과 7플러스에 퀄컴 뿐만 아니라 인텔 칩을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9월 출시한 신작인 아이폰8과 8플러스도 퀄컴과 인텔 칩을 섞어쓰고 있다.

애플 아이폰8 플러스.
애플 아이폰8 플러스.

이 여파로 퀄컴이 지난해 애플에 판매한 칩은 32억달러 규모로 자사 판매의 2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올해는 13%인 21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애플과의 다툼이 근본적으로는 가격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며 “양사가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실제로 애플이 퀄컴과 절연하는 방안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텔이나 미디어텍 칩이 퀄컴 제품과 비교해 다운로드 속도 등 성능 면에서 뒤처지는 만큼 위험부담이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협상력을 높이려고 아이폰 부품사를 최소 두 개 이상으로 유지해왔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전 세계 통신칩 시장에서 퀄컴의 시장점유율은 50%에 달하며, 미디어텍은 25%, 인텔 6%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