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한·중·일 3개국의 '환심사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변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보도했다.
한국은 미국 방송사들의 '프라임시간'에 연설장소로 국회를 내줬다. 중국은 대통령 부부만을 위해 자금성을 열고 전통 오폐라 형식의 경극공연을 펼쳤다. 일본은 골프회동 장소로 2020년 도쿄올림픽 골프경기장으로 쓰일 골프클럽을 골랐다.

WP는 한·중·일 3개국이 화려한 의전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간파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지도자들이 깔아준 레드카펫에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기사를 통해 '약간의 아첨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환대에 미국의 무역적자를 중국 탓으로 몰던 이전 태도와 달리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정책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WP는 한·중·일 3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국이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선례에서 의전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것으로 추정했다.
사우디는 프로젝트 빔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를 숙소인 호텔 외벽에 쏘아 비추는 등 마치 국왕이 온 것처럼 융숭하게 대접했다. 방문 전까지만 해도 여성과 동성애자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입장을 바꿔 사우디의 카타르 봉쇄조치나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반대파 숙청 작업에 대해 침묵했다. 오히려 공개 지지를 밝혔다.
하지만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에 대해 미국에 이득이 될 실질적인 새로운 거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요청에 따라 공동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을 받지 않고, “중국이 여전히 미국을 유린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자국 기자의 질문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그 예라고 전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