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굴기(堀起)'를 외치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를 집계한 '톱 500 프로젝트'를 인용해 중국이 보유한 슈퍼컴퍼트는 202대로 가장 많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43대로 중국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순위는 독일과 미국 전문가가 각국 슈퍼컴퓨터 보유 대수와 연산속도 등을 집계해 매년 두 차례 발표한다. 직전 조사인 5월만 하더라도 미국(169대)이 중국(159대)보다 더 많은 슈퍼컴퓨터를 보유했다. 다섯 달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세계에서 연산속도가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지위도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 선웨이(神威) 타이후즈광(太湖之光)이 1위에 올랐고, 중국산인 톈허(天河) 2호가 그 뒤를 이었다. 스위스, 일본 슈퍼컴퓨터가 3, 4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5위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세계 1위에 오른 선웨이 타이후즈광 연산속도는 93페타플롭스다. 미국 에너지부가 보유한 타이탄(17.6페타플롭스)을 압도한다. 1페타플롭스는 초당 1천조번 연산을 한다는 뜻이다. 선웨이 타이후즈광은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모든 부품을 중국이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중국 동부 우시(無錫) 국립슈퍼컴퓨터센터에 있는 선웨이 타이후즈광은 기후 모델링과 생명과학 연구에 사용된다. 슈퍼컴퓨터는 해킹, 테러 위협 등을 막는 데도 쓰인다.
중국 부상에 자극받은 미국도 뛰어난 성능을 보유한 슈퍼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2억5800만달러(약 2900억원)를 투입해 엑사플롭스 수준 연산속도를 구현할 슈퍼컴퓨터 개발에 나섰다. 엑사플롭스는 초당 100경번 연산처리를 하는 속도다. 단 슈퍼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중국이 급부상했지만 아직 소프트웨어 부문은 미국에 뒤처진다.
차오지엔원 중국과학원 컴퓨터과학 국가중점연구실 연구원은 “순위는 각국 슈퍼컴퓨터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슈퍼컴퓨터는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수단일 뿐”이리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보유하는데 다른 나라를 따라잡을 수는 있었지만 사용 효과를 극대화하는지를 아는 데는 10년이 더 걸린다”고 지적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