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중국이 서비스·투자 분야에 초점을 맞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협상이 성사되면 제조업을 넘어 문화 콘텐츠, 관광, 의료 산업의 중국 진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서비스 시장은 2020년에 무역액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금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활약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는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임석한 가운데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개시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양국 정부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투자 자유화를 목표로 내년 초 1차 협상을 개최하기로 했다.
2015년 12월 20일에 발효된 한·중 FTA는 제조업 등 상품 분야의 관세 장벽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양국은 서비스, 투자, 금융 등 부문은 일부만 개방하기로 합의한 뒤 발효 후 2년 안에 관련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당초 우리나라는 이달 20일 이전에 후속 협상 개시를 원했지만 중국이 소극 대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한·중 FTA에 따라 전체 155개 서비스 분야 가운데 우리나라에 90개를 개방했다. 데이터 프로세싱, 금융 정보 제공·교환 서비스 등 6개 분야는 완전 개방했다. 환경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 등 84개 분야는 제한 개방된 상태다. 이에 반해 군사안보, 병원 및 요양 서비스, 연구개발(R&D) 등 65개 분야는 개방하지 않았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그동안 '사드 보복'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영화, 드라마, 음악, 공연 등 한류 콘텐츠와 물류·유통 분야가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규제 완화 여부다. 중국 문화 콘텐츠 산업은 대외 개방도가 낮고 관련 업종의 외국인 투자가 엄격히 제한된다. 우리 기업은 그동안 제작 방식과 유통 채널을 변경하거나 현지 유통사에 의존하는 등 간접 진출 방식을 취해 오면서 수출 기반 안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익성, 경영 위기관리, 제도 보호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앞으로의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에서 중국 측의 규제 철폐 및 완화를 통해 양국 시장의 비대칭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콘텐츠 유통 수량 및 편성, 투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현지 규제와 저작권 보호 대책 등 실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한·중 FTA 서비스 협상은 상대를 '최혜국 대우'가 아니라 그보다 낮은 '분쟁 해결' 조항으로 합의했다. 관광 등 분야에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는 법률, 관광, 금융, 의료·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중 FTA의 서비스·투자 부문은 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명문화한 부분만 개방하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추후 협상에서 이를 개방 원칙으로 하되 명문화한 부분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 방안을 추진한다.
중국의 2015년 서비스 부문 무역 총액은 7529억달러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KOTRA는 2020년 중국 서비스 무역액이 1조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서비스 무역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서비스 분야에서 205억달러를 중국에 수출하고 164억달러를 수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중 FTA 서비스 부문 추가 협상을 통해 중국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광범위한 제도 장치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양국 간 서비스 교역·투자 실질 증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