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도출한 '4차 산업혁명 대응 입법과제' 52건은 융합신산업 진입장벽 완화 등 규제 개혁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 신산업분야를 총망라했다.
산업 융복합을 뒷받침할 제도 환경이 4차 산업혁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국회가 선제 대응에 착수했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와 각 상임위원회 주요 논의 과제로, 제도개혁 나침반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벤처·스타트업 활성화 기반
4차 산업혁명 규제 혁신분야 1호 개혁과제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 특별법)' 전면 개정이다.
융합사업에 대한 신속처리 신청조건을 완화 또는 삭제하고 임시허가 목적에 부합할 경우 전면 허용한다. 현행 법은 30일 신청기간을 둬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며 5년간 실적이 3건에 그쳤다. '규제 샌드박스' 규정을 도입, 유망 신규 기술·서비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허가를 받으면 곧바로 실험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중소기업의 사물인터넷(IoT) 제품 아이디어 제품 출시 기간 단축은 물론 전파, 통신규제 등에 막혀 필드테스트도 못한 채 사장되는 일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벤처, 스타트업을 위한 실질 지원도 마련됐다. '조세특례 제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 관련 조항을 신설해 연구개발(R&D)과 기업규모와 연구 분야 등을 고려해 인력고용에 대한 세금혜택을 강화한다.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을 개정해 스타트업이 폐업 이후 동일 분야에서 재창업하는 경우에도 신규창업과 동일한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첨단 융복합 기술 인력양성기관과 졸업생 채용협약을 체결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채용실적에 따라 사업주가 부담하는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융합서비스 안전하게 활용
산업 분야별로 다양한 개혁과제가 제시됐다. 융합서비스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 사전에 법률 기반을 조성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자원으로 손꼽히는 빅데이터 규제 개선을 통해 ICT 기반 융합산업 전반을 지원할 토대를 마련한다. '보호'에만 초점을 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을 전면 개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된 비식별 정보는 정보 주체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정보이동권'을 인정해 개인 정보주체 선택 하에 데이터가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불법 유통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을 강화한다. 클라우드컴퓨팅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정보 중 중요도가 낮은 정보는 민간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의무화한다.
빅데이터 품질과 신뢰도를 높여 산업 전반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기반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법규도 사전에 마련한다.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자율주행차 종류를 운전자 개입 정도에 따라 세부 분류하고 제조사 안전 기준을 마련한다. 교통사고특례법에 자율주행차 항목을 추가해 사고 시 자동차와 운전자 책임범위를 명확히 정의한다. 법제화를 통해 자율주행차 상용화 초기 사업자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이용자 안전을 높인다는 목표다.
드론 법률 근거도 마련한다. 항공안전법에 '무인비행장치' 개념을 추가하고 크기, 중량, 용도 등 일정 기준에 따라 각각 다른 규제를 적용한다. 산업 현장 등에 활용되는 대형 드론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되, 취미 생활 등 소형 제품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규제완화로 산업 활성화
기존 규제를 완화해 융합서비스를 촉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금융·핀테크 분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전자화폐발행업, 전자자금이체업, 직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 등 8~9개로 세분화된 업종 분류를 3~4개 업종으로 축소해 합리화하고 최소자본금·재무건전성 등 기준을 완화한다. 소액결제 등 분야에서 거대 자본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한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업 등록 요건에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시스템 및 관리인력'을 추가한다. 글로벌시장에 등장한 웰스프론트, 베터멘트 등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자문사가 국내 시장에 등장할 계기가 될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한다. 제약산업 육성 특별법상 '혁신형 제약기업' 투자기준에 AI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을 별도로 규정, 투자를 지원한다.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AI신약개발지원센터' 설치와 운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입법과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규제 개선 요구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핵심 과제를 선별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와 상임위원회 등 향후 활동 전반에 대한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가 선제적 대응을 통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 변화 기반을 조성해 민간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