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즉각 회담을 제의했다. 북한도 신속하게 우리 측 제안을 수용했다.
9일 남과 북은 고위급 회담을 통해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대규모 대표단 방문 △군사회담 개최 △남북 간 모든 문제를 당사자가 해결한다는 3개 항에 합의했다.
고위급 회담은 끊어진 남북 간 대화 채널을 복원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특히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회의 성공 개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차례의 고배 끝에 어렵게 유치한 평창 동계올림픽이기에 반드시 성공 개최를 거둬야 한다. 온 국민은 스포츠를 통해 남과 북이 평화 메시지를 보내는 등 대회가 성공리에 마무리되는 것을 기대한다.
북한이 남북 관계에 전향 자세를 보이며 나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남북대화 성공에만 치우쳐 환호하느라 대화 단절의 근본 원인인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은 여섯 차례의 핵실험과 수십 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의 대화 제의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이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만큼 시간 벌기용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는 유엔의 북한 제재가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금강산에서 벌어진 우리 국민 피격 등 북한의 사과가 선행돼야 하는 문제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북한이 온전히 핵을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다만 그동안의 과정을 봤을 때 가능성이 옅은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상존하는 한 국제 사회 제재와 남북 협력에는 반드시 충돌 지점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지할 수 있는 능력을 시급히 보유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핵에 맞설 수 있는 대응 능력을 보유한다면 상호 불가침을 보장할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논의 대상에서 치운다면 남과 북은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협의할 수 있고, 미래 지향형의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그동안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내면서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 다만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우리도 함께 폐기하자”는 조건부 핵 무장을 주장했다. 19대 국회 원내대표 때는 미국의 핵우산이 찢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핵 우비론'을 주장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핵 포럼을 통해 자체 핵 무장으로 안보를 지킬 것을 주장했다. 헨리 키신저의 말처럼 '핵은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절대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비핵화' 관련 모두 발언에 대해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불만을 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 최고위층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북한의 핵 포기는 지금도, 앞으로도 이루기 어렵고 민감한 문제다.
2006년 첫 핵 실험 이후 우리 정부는 국제 사회의 북한 제재를 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유엔 대북결의안이라는 결과물을 냈다. 이제야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국제 사회와 약속한 결의안은 국제 사회의 신뢰가 담긴 문서다. 눈앞의 정치 성과를 위해 스스로 어긴다면 그동안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잃는 시간은 짧지만 이를 회복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만큼은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공고히 해야 함을 잊으면 안 된다.
대화가 시작됐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않는다. 한 번의 만남으로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이제 대화의 시작일 뿐이다. 언론에서는 이미 많은 문제가 풀린 것처럼 이야기한다. 과욕이 자칫 많은 것을 그르칠 수 있다.
북한은 언제든 자신의 이익이 적다고 판단하면 회담장을 나가고, 연락선을 끊는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차분하게 바라보고, 현안을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 반드시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이 종착지가 되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약속해야 한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wonyoochul@daum.net
-
안영국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