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Authority)'의 어원은 창시자라는 뜻의 라틴어 '아욱토르(auctor)'에서 왔다. 책의 저자를 뜻하는 오서(author)의 어원도 된다.
여기서 'auth'는 'auto'나 'self'를 뜻한다. 권위라는 단어에 '모든 것이 자동으로 따르게 된다'는 의미가 실리는 이유다.
종교 의미가 가미되면 어원은 '신뢰할 만한 원전(原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만큼 권위에는 변하지 않는, 격(格)이 다른 가치가 더해진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7월 26일 출범했고, 장관은 11월 21일 취임했다. 각각 6개월, 66일이 지났다. 출범 초기에 세간의 관심을 모으던 것과 달리 그 위상과 역할, 관리 감독 등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다.
중소기업 경제단체의 상근부회장 자리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거나 산하 기관의 역할 조정과 관련, 제 역할을 못한다는 얘기는 소문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자금의 가상화폐 투기 조장 역할,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선임과 관련된 '내정 논란' 등과 같은 대처 방식은 아직도 중기부가 '청(廳)'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소문과 논란을 둔 뒷얘기가 무성하다. 최근 중기중앙회에서 벌어진 '방 빼'(?) 사건을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중기부가 대전에 위치하다 보니 부처 출범이나 장관 청문회 등 국회 또는 중앙 언론과의 긴밀한 소통을 위해 중기중앙회 내에 조그만 사무실을 마련했다. 최근 이 사무실은 폐쇄됐다.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중기벤처부에 대한 중기중앙회와 언론의 불만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처음부터 정부 부처가 민간 공간을 사용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사무실을 없애는 과정은 그야말로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을 것이다.
부처 승격과 함께 동분서주하는 중기부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권위' 문제다. 중소기업계에서 나오는 비판 시각은 대부분 부처 승격 이후 중기부가 군림하려 한다는 불만에서 시작된다.
위상이 달라졌으니 업무 형태 변화는 불가피하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듣고, 더 낮추고, 내실을 더 다져 가야 한다.
과도한 욕심으로 잡음을 만들 필요도 없다.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등의 관리·감독권을 두고 논란을 일으킬 단계가 아니다. 이미 8조원의 예산을 다루는 거대 부처다.
권위는 그 어원처럼 모든 것이 자동으로 따르게 되는 것을 뜻한다. 진리와 진정성이 있어야 선순환을 타고 성취되는 것이다.
부처 출범 이후 높아진 위상에 중소기업계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다. 때로는 정도 이상의 과도한 기대와 요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과정이다. 낮추고 낮춰야 협력과 공조도 따라온다. 권위는 내세우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중기부가 출범 당시에 기대를 모은 문재인 정부의 '시그니처(signature)' 부처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