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 운영 실태를 조사한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와 달리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에 이용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다만 이번 조사는 특정 공익법인의 불공정행위 적발·제재가 아닌 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한 실태 파악에 초점을 맞췄다.
공정위는 51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소속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상 공익법인 171개를 대상으로 운영실태 파악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31일 밝혔다.
그동안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이 세금 부담 없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작년 말 총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비영리법인의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해당 여부, 특수관계인 현황 등을 1차로 점검했다.
1차 조사 결과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은 51개 집단 소속 171개 법인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2차 조사를 추진한다. 세부 조사 내용은 △출연 받은 재산내역 △수입·지출 개요 △출연 받은 재산의 공익목적 사용현황 △공익법인 보유 주식 지분의 의결권 행사 현황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 비중 등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와 달리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부당지원·사익편취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근거 자료 제출을 각 공익법인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의 불공정행위 적발·제재가 아닌 제도 개선이 이번 조사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책적으로 의미 있는 통계가 도출될 수 있는 수준으로 요청자료를 제한했다는 설명이다. 특수관계인 종류별, 거래대상의 종류별로 항목을 포괄적으로 구분해 파악하고, 개인정보나 법 위반 혐의 포착을 위해 이용될 수 있는 개별거래 정보는 제외했다.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국회 발의된 공익법인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공정위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공익법인이 소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2016년 국회에 발의됐다.
신봉삼 국장은 “국회 발의된 법안 관련 공정위 입장을 정리하려면 전반적으로 데이터를 파악해야 한다”며 “3월 중순까지 공익법인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상반기까지 분석해 제도개선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